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막기 위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여야 지도부 2차 담판이 또다시 결렬됐다. 다만 매카시 의장은 의견 차이가 크지만, 주말까지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며 낙관적인 예측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을 조기 마무리하기 위해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해외 순방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부채 한도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 9일에 이은 두 번째 지도부 담판이었다. 그러나 협상은 1시간이 채 안 돼 성과 없이 끝났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회동 뒤 ‘양측이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 짧은 시간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또 “합의에 도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가장 고무적인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매카시 의장과 대화할 사람을 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스티브 리셰티 백악관 선임고문과 샬란다 영 예산관리국장, 루이자 테럴 입법 담당 국장 등이 매카시 의장과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종 담판을 마무리 지을 실무 교섭진을 통해 협상 속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측은 지난 9일 1차 협상이 결렬된 이후 참모들 중심의 실무협상을 진행해 협상 가능 영역을 모색해 왔다. 로이터는 “양측 참모들은 지출 한도와 저소득층을 위한 일부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요건 강화, 에너지 개발 허용 등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슈머 원내대표는 “(대화가) 좋았고, 생산적이었다”며 “우리 모두 디폴트는 끔찍한 선택지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회동 뒤 한 행사에서 “아직 할 일이 있지만, 디폴트를 피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전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해외 순방 일정을 단축, 오는 21일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21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후 파푸아뉴기니와 호주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디폴트 시한까지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의회 지도자와 회담하기 위해 G7 정상회의가 끝난 후 미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앤서니 알바니스 호주 총리에게 전화해 양해를 구하고 향후 공식 국빈 방문을 제안했다. 백악관은 파푸아뉴기니 측에도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디폴트 발생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반복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도 오점을 남기게 됐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부채 한도 대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편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전미독립지역은행가협회(ICBA) 행사에서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이른바 ‘X-데이트’ 시한을 다음 달 1일로 재차 언급하며 “경제·금융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