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총장 직권남용 성립 어렵다’ 했지만 법무부가 묵살”

입력 2023-05-16 19:53 수정 2023-05-16 20:04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일 당시 징계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감찰 업무를 맡았던 검사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박은정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수차례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재판장 심준보)는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청구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을 열고 이정화 수원지검 여주지청 부장검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부장검사는 2020년 당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근무했고, 윤 대통령의 징계 혐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이 부장검사는 당시 감찰 상황과 관련해 “(2020년 11월 말께 윤석열) 총장에 관한 몇 가지 의혹을 기재한 문건을 총장이 받지 않아 법무부로 돌아왔는데, 박 담당관이 ‘이는 정식 감찰 절차라 감찰 불응’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부장검사는 “채널A 사건 보고서의 경우 박 담당관에게 ‘이 부분은 감찰방해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몇 번 드렸지만 동의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서로 견해가 다른 부분이라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판사 사찰 의혹’ 문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박 담당관에게 보고했을 때 별말이 없어 받아들인 줄 알았다”며 “추후 (윤 대통령이) 직권남용으로 수사받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이 부장검사가 2020년 12월 감찰관실 파견근무 종료를 요청하며 검찰 내부망에 올렸던 글과 같은 취지다.

그는 해당 글에서 ‘판사사찰 의혹’ 문건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지만, 내용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부장검사는 자신이 감찰관실 파견을 요청받았을 당시 ‘법무부가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검사를 데려간다’는 취지로 검찰 내부망에 항의 글을 올렸다고도 증언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와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이유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 대해 정직 2개월을 처분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고, 대통령 당선 이후 항소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