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딸의 영양 결핍을 방치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 A씨가 재판부에 정신 감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 변호인은 16일 오후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의 경계성 지능 장애 여부 판단을 받고 싶다”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A씨 변호인은 “사건 경위 등 동거인과의 관계에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부분 있다”면서 “피고인 스스로 자각을 하는 게 아니나, 피고인을 접견하면서 그런 의심을 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정신감정을 요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이 사건은 친모 A씨가 4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으로만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남편의 가정 폭력을 피해 2020년 9월 무렵부터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성 B씨 집에서 아이와 함께 살았는데, B씨가 A씨에게 2400회가 넘는 성매매를 강요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단순히 이런 모습이라고 정신 감정을 요청하는 건 뜬금없는 얘기”라며 정신감정 요청을 일축했다. 변호인이 보기에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인다는 막연한 이유로 정신감정을 요청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이면 당연히 심리를 하겠지만,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을 위한 감정을 한다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지적하고 “정신과 소견 자료를 받아서 양형 자료로 제출하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덧붙였다.
앞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도 대검찰청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등을 내세우며 정신 감정까지는 필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 공판은 오는 6월 13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