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운동부 코치도 교직원으로서 ‘공직자’에 포함되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맞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태권도 선수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공립 고등학교 태권도부의 방과 후 수업 강사로 근무 중이던 2017년 8월 학교 측이 더이상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같은 학교에서 무기계약직인 운동부 코치로 근무하던 선배 B씨는 A씨에게 “코치직을 그만둬 줄 테니 네가 지원해서 근무해라. 대신 내가 다른 자리를 잡을 때까지 1년간 매달 400만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B씨 제안을 승낙했고, 후임자로 임용된 2018년 1월부터 그해 12월까지 12회에 걸쳐 4680만원을 보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들이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하는 금품을 받기로 요구하거나 약속할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누구든지 공직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을 제공하거나 약속할 수도 없게 한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금품을 주고받기로 약조했다고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두 사람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둘 모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가 받은 4680만원에 대해서도 추징을 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두 사람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학교 운동부 지도자는 학교에 소속돼 학교 운영에 필요한 사무인 운동부를 지도·감독하는 사람으로서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직원’에 해당한다”며 “청탁금지법이 규제 대상으로 두고 있는 ‘각급 학교의 교직원’이 맞는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B씨에 대한 추징금 4680만원 처분은 위법하다며 파기했다. 공직자 재직 중 금품을 받기로 약조하고 퇴직 후 받았을 경우 금품 ‘약속’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죄만 성립하며, 금품 ‘수수’에 따른 청탁금지법 위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금품 제공을 약속했을 당시 ‘생활비를 주겠다’는 정도였고 구체적 액수가 특정되지는 않았던 만큼 4680만원을 추징하는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