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발족 난항

입력 2023-05-16 14:03 수정 2023-05-16 14:36
충청권 시.도지사는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2023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총회에 참석해 레온즈 에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대행(가운데)에게 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발족 연기를 요청했다. 충북도 제공.

충청권 4개 시·도와 대한체육회의 갈등으로 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의 조직위원회 발족 마감시한이 한 차례 연기됐다. 이 대회 조직위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의 협약에 따라 개최권 확정 후 6개월 이내에 출범해야한다는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FISU는 16일 대한체육회에 공문을 보내 지난 11일이었던 조직위 발족 마감 시한을 20일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충청권이 미국와의 경쟁 끝에 개최권을 따낸 2027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의 원활한 대회 준비를 위한 데드라인은 이달 31일까지라는 것이다.

조직위 발족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은 충청권 4개 시·도와 대한체육회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됐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지난 3월 공모 절차를 거쳐 윤강로 국민체육진흥공단 고문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사무총장(1급 대우)은 충청권 4개 시·도의 중재 역할은 물론 시설과 재정을 책임지는 등 역할이 막중하다. 상임 부위원장(차관급 대우)은 이장우 대전시장의 측근인 이창섭 충남대 명예교수가 위촉됐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 선거캠프의 공동총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의 의견 수렴 절차가 무시됐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3월 조직위에 공문을 보내 ‘개최 시·도는 정부, 체육회와 조직위원회 구성을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관련 법령 및 규약, 사전 협약을 따라야한다’며 규정 준수를 촉구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조직위 구성에 대해 원천무효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체육계 안팎에선 조직위에 상임부위원장을 따로 두는 것은 흔치 않은 데다 사무총장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체육계 인사는 “조직위 인선은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의 관행을 보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조직위 출범이 무산될 경우 개최권을 놓고 유치 경쟁을 벌였던 미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논란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회의를 소집하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오는 19일 대한체육회와 시·도지사 등이 참석하는 조직위 발족회의를 열고 상임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다. 대한체육회가 정관 변경에 동의하면 정부는 조직위에 대한 법인설립허가를 승인한다는 입장이다. 법인설립 등록을 마쳐야 조직위가 출범할 수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과 조직위 발족 시한을 이달까지 연기하기로 합의했다”며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이달 안에 조직위 발족이 무산될 경우 대회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7충청권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는 2027년 8월에 12일 동안 대전 4곳, 충남 12곳, 충북 11곳, 세종 3곳 등 30곳의 경기장에서 분산 개최된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