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설탕 감미료(NSS)’가 장기적으로는 체중 조절에 효과가 없고, 당뇨나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가 나왔다.
WHO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비설탕 감미료 사용지침’에서 체중을 조절하거나 심혈관 질환, 당뇨 등의 비전염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NSS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비설탕 감미료는 칼로리가 없거나 극소량만으로 설탕과 같은 단맛을 낼 수 있는 인공감미료를 지칭한다. 특히 아스파탐, 스테비아, 사카린 등은 식음료 업계에서 설탕 함량을 줄이기 위해 제품에 첨가하는 대표적인 비설탕 감미료로 알려져 있다.
프란체스코 브란카 WHO 영양·식품안전 국장은 “NSS로 유리당을 대체하는 게 장기적으로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리당이란 과일이나 벌꿀 등에 있는 천연 당분처럼 식품의 다른 성분과 결합하지 않고 분자 상태로 존재하는 당을 뜻한다.
이어 “NSS가 필수 식이 요인은 아니다. 영양학적 가치가 없다”며 “유리당 섭취를 줄일 다른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식단에서 단맛을 완전히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WHO는 영향 평가, 관찰 연구, 코호트·대조군 연구 등 총 283건의 연구자료를 체계적으로 검토해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SS를 장기간 섭취하면 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등 성인의 사망 위험을 키우는 등 잠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권고는 기존 당뇨병이 없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또 지침 대상에는 설탕으로 분류되지 않는 모든 인공, 자연 감미료가 포함됐다. 치약, 스킨크림, 의약품, NSS로 분류되지 않는 저열량 설탕, 당알코올류 등 치료, 미용, 위생용품은 빠졌다.
다만 WHO는 이번 지침을 ‘조건부 권고’로 설정한다고 밝혔다. NSS를 사용하는 방식과 연구 참여자의 기저 특성이 모두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WHO는 이번 권고안을 각국이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선 연령대, 소비량 등 국가별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니타 퍼로히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학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비설탕 감미료가 단기적으로 열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증거로 뒷받침한다”며 “따라서 (비당류)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체중조절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