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공진저항 모듈판’으로 진동↓
삼성물산, 바닥 슬래브 두께 늘려
GS, 국내 첫 ‘5중 바닥 구조’ 개발
현대건설, 벽체 차음 기술도 연구
층간소음 적은 아파트가 ‘좋은 아파트’로 평가받는 시대가 올까. 1군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주요 건설사들이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일부는 전문 연구소나 태스크포스(TF)팀 등 전담 조직까지 꾸렸다. 특허 출원은 경쟁에 가까울 정도다. 정부는 지난해 아파트를 다 지은 뒤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평가하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하고 인증 기준을 강화했다.
층간소음 저감 기술력의 관건은 대규모 아파트 시공 현장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느냐다. 연구실에서 확인된 성능이 실제 아파트에 그대로 구현될 수 있는지는 별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다양한 층간소음 기술이 개발됐지만 시공품질 문제로 시험 수준에 머문다”며 “실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적용한 기술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2021년 초 개발한 ‘스마트 3중 바닥 구조’를 대구에 시공 중인 한 푸르지오 아파트에 처음 적용해 최근 1단계 공사를 마치고 성능 검사를 앞두고 있다.
이 바닥 구조는 철근을 추가로 넣어 강도를 높인 내력 강화 콘크리트와 고탄성 완충재(차음재), 강화 모르타르(시멘트·모래·물 혼합물)로 구성된다. 사람이 뛸 때 나는 소리나 망치질 소리처럼 큰 소음인 중량충격음을 낮추기 위해 각 재료의 성능을 보강한 기술이다. 차음재는 기존 30㎜ 두께를 40㎜로, 모르타르는 40㎜에서 70㎜로 늘렸다. 대우건설은 소음이 발생하면 집 안에 설치된 월패드로 알려줘 조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추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체 개발 특허 기술(공진저항 모듈판)을 적용한 ‘안울림 바닥시스템’으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대응 준비를 마친 상태다. 공진저항 모듈판은 기초 콘크리트 바닥의 고유진동수와 비슷한 충격이 가해질 때 소리가 증폭되는 현상(공진)을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 중 하나인 ‘안울림 구조’는 콘크리트 기초바닥과 층간소음 방지용 완충재 위에 공진저항 모듈판을 덧댄 뒤 전체를 40㎜가량 두꺼워진 고강도 모르타르로 마무리한다. 단단한 바닥층을 만들어 중량충격을 약화하기 위해서다. 포스코이앤씨는 이 기술을 공동주택에 차례로 적용할 예정이다. ‘안울림 구조’에 포스코 강건재인 환봉(둥글고 긴 봉)과 신소재 복합완충구조, 고밀도·고강도 모르타르를 추가한 ‘안울림 고차음 구조’는 하이엔드 공동주택을 겨냥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층고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리모델링용 층간소음 저감 바닥시스템도 개발 중”이라며 “연내 국토교통부 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층고에 영향을 주지 않고도 바닥 슬래브 두께를 늘려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 출원을 마쳤다. 기존 210㎜ 두께인 슬래브에서 특정 부분 두께만 250㎜로 높이는 방식이다. 이 공법을 적용하면 슬래브 전체를 250㎜로 높여 얻을 수 있는 진동·소음 저감효과의 90% 가까이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바닥 전체 두께가 변하지 않아 건물 층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삼성물산은 사내 조직개편을 통해 2020년 12월부터 층간소음연구소를 운영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해 5월 업계 최초이자 국내 최대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래미안 고요안(安)랩’으로 확대됐다. 경기 용인 기흥구 삼성물산 주거성능연구소에 개관한 고요안랩은 연면적 2380㎡,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다. 초음파 슬래브 두께 비파괴 측정장비를 비롯한 최첨단 연구장비를 도입하고 소음, 콘크리트, 구조 등 각 분야별 엔지니어가 현장에서 실험과 실증을 반복한다.
지난해 10월에는 고중량 바닥 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층간소음 차단 신기술로 국가공인기관이 실시하는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등급 평가에서 1등급 인정서를 취득했다. 이 기술을 서울의 한 아파트 현장에 적용해 측정한 결과 경량충격음 21㏈, 중량충격음 29㏈로 지난해 8월 강화된 1등급 기준(각각 37㏈ 이하)을 여유롭게 충족했다. 삼성물산은 층간소음 저감 기술 적용에 어려움이 있는 리모델링 아파트에도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GS건설은 각 세대 바닥 마감에 바탕층, 중간층, 마감층 등 3중 습식공정을 적용한 ‘5중 바닥 구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다. 층간소음 최고 1등급 성적서를 받은 기존 4중 바닥 구조에 층을 하나 더 넣어 성능을 강화한 기술이다. 4중 구조 충격음은 경량·중량 모두 37dB로 이미 1등급에 해당한다.
5중 구조는 슬래브 위 바닥 마감 두께를 기존 110~120㎜에서 140㎜로 늘리고 고탄성 완충재를 적용했다. 완충재와 중간층, 마감층 두께를 줄이지 않고 중량을 극대화해 최상의 층간소음 저감 효과를 내도록 고안됐다고 한다.
GS건설은 바닥에 충격 방지 장치인 ‘방진 마운트’를 깔아 층간소음을 줄이는 공법도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쳤다. 기계실 바닥에 적용하던 방진 마운트를 아파트 바닥에 넣어 층간소음을 대폭 줄인 기술이다. 바닥 전면에 완충재를 시공하는 구조와 달리 방진 마운트 높이와 간격을 조절해 충격 특성에 따른 방진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5중 바닥 구조는 바탕층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기존 공사 방식과 큰 차이가 없어 실제 대규모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다”며 “어느 현장에서나 같은 바닥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용인시 기흥구 마북 기술연구단지에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H 사일런트 랩’을 구축하고 올해 초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층간소음 관련 기초 연구부터 저감기술 개발과 실증, 실제 적용까지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이다. 바닥, 천장, 마감재 등 다양한 조건에서 진동과 소음을 측정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 예측 정밀도를 높이고 1등급 기술을 고도화해 현장에 조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H 사일런트 랩’은 지상 4층 7가구로 구성돼 있다. 바닥 구조에 따른 층간소음 성능뿐만 아니라 벽체를 통해 전해지는 소음 문제도 연구한다. 국내 아파트 대부분은 벽체 위에 슬래브를 얹으며 층을 올리는 벽식 구조로 짓는다. 이 구조는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가 벽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지는 단점이 있다. 공동주택 세대 간 소음을 ‘층간소음’이라고 통칭하지만 실제로는 바로 윗집이 아니라 더 위층이나 옆집, 심지어 아래층에서 나는 소음이 전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층감소음을 제대로 잡으려면 벽체 차음 성능을 함께 높여야 한다. ‘H 사일런트 랩’은 벽체 조건에 따라 소음이 전파되는 특성을 연구하며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8월 고성능 완충재를 적용한 ‘뜬 바닥 구조’로 LH품질시험인정센터의 바닥충격음 성능등급 평가에서 경량·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이 기술은 소음 저감 및 충격 흡수력이 좋은 PET(폴리에스테르)와 PU(폴리우레탄)를 섞어 만든 40㎜ 두께 복합 완충재를 슬래브와 2중 고밀도 모르타르 사이에 넣었다. 현대건설은 이 바닥 구조의 시공방법을 표준화해 올해 안으로 상용화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재와 공법 중심의 층간소음 저감기술에 이어 평면과 구조를 고려한 기술 개발까지 확장해 차별화한 품질로 고객이 만족하는 층간소음 저감형 주택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