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자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의 협조 없이는 개인 정보인 코인 관련 자료를 들여다볼 방도가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15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당에서 요청하는 자료는 이미 대부분 다 제출했다”며 “거래 내역은 시스템상 통계를 내기 불가능해 현장에서 대형 화면으로 다 함께 열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의원으로부터 조사에 필요한 만큼의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은 전날 의원총회 중 기자들과 만나 “진상조사단은 꽤 방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일부는 시간과 여러 상황 때문에 제출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당의 자정 능력을 보여주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조속히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조사의 ‘키’를 쥔 쪽은 김 의원이다. 민주당 진상조사팀장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자료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아 지금부터는 김 의원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그동안 확보한 자료도 다시 김 의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개인 정보라 자료를 못 쓴다고 하면 조사 못한다. 저는 권유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는 당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전날 의총에서 의원 다수가 제기한 윤리특위 제소 문제가 결의문에 빠진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중진·초선을 불문하고 많은 의원들이 윤리특위 제소도 (결의문에) 넣으라고 이야기했는데 빠졌다.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며 “윤리특위는 위원장이 우리 당 변재일 의원이니 소집해서 이 건만 빨리 처리할 수 있다. 국회의원 제명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당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추가 조사 결론에 따라 윤리특위 제소가 결정되는 것이 순리”라며 “이 부분은 (결정이) 보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비명계의 불만은 ‘이재명 책임론’으로까지 옮겨 붙었다. 전날 의총에선 이 대표가 재신임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총 때 ‘지도부가 논란에 아무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비판한 홍기원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팩트와 다른 내용을 말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홍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 때도 그렇고 항상 팩트를 무시하고 선동한다”며 “대부분 의원들이 헛소리라고 무시할 정도인데, 이 대표도 기분이 나빴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김 의원 논란을 이 대표와 엮어 공세를 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본인이 권력형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과 법정을 오가는 신세인지라 김 의원에 대한 사퇴 요구를 주저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혹시 이 대표 자신도 김 의원 코치에 따라 코인 투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조차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보면, 내가 보기에는 김 대표나 그 측근들이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의심이 들면 우리가 제안한 대로 여야 의원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자”고 맞받아쳤다.
이동환 신용일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