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모·암투병 언니 돌보던 女, 2명 살리고 떠났다

입력 2023-05-15 10:40 수정 2023-05-15 12:34
장기기증자 김정애(53)씨 생전 모습. 한국장기조직기능원 제공

뇌사 상태에 빠졌던 5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두 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정애(53)씨가 지난달 23일 고신대 복음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곧 뇌출혈로 쓰러졌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김씨는 생전에 장기기증을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남편과 함께 TV를 보다가 장기기증에 대해 알게 됐고, ‘삶의 마지막 순간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남편과 약속했다.

2녀 중 차녀인 김씨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다.

김씨는 여든 넘은 노모와 간암으로 투병하는 언니를 곁에서 살뜰히 챙기며 돌봤다고 한다.

김씨 큰아들 손현익씨는 “한평생 욕심 없이 가족들에게 봉사하며 살았던 엄마,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이야기하고 더 효도 못한 게 후회되고 아쉽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누고 베풀며 살아갈게요. 하늘에 있는 엄마가 부끄럽지 않은 아들로 성장할 테니 편히 쉬고 지켜봐주세요”라고 말했다.

차남 손민성씨는 “엄마, 저를 낳아주고 키워준 엄마로 태어나줘서 감사해요. 더 많이 잘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많이 보고 싶고, 하늘나라에서도 편하게 행복하게 지내요”라고 작별인사를 건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나눔에 동참해 주신 가족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김정애님께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