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결아 일어나, 학교가야지” 스쿨존 참변 눈물 속 발인

입력 2023-05-15 04:57 수정 2023-05-15 13:14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10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조은결 군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은결군(8)보다 한 살 많은 형이 동생의 영정 사진을 들었다. 사진 속 은결군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고 있다. 어머니는 “은결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를 수십 번 되뇌며 오열했다.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은결군이 마지막으로 학교에 들르자 현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운구차가 떠나자 주민들은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다음 생엔 행복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우회전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조은결군의 발인식이 14일 엄수됐다. 은결군의 유족과 친척, 지인들이 참석했다.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은결군의 한살 형이 영정 사진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은결군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11시48분 위패를 들고 빈소를 나섰다. 은결군의 형이 영정사진을 들고 뒤따랐다. 위패와 영정사진을 든 아버지와 형은 운구차 앞에서 침통한 얼굴로 은결군을 기다렸다. 이어 은결군의 관이 운구차에 실렸다.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은결군의 할머니는 “은결아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해”라며 통곡했다.

은결군의 발인식이 엄수된 14일 오후 유족이 영정사진을 들고 은결군이 다니던 학교를 찾았다. 뉴시스

장례식장을 나선 운구차는 낮 12시30쯤 은결군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은결군의 친구와 재학생, 학부모, 이웃 주민 등 300여명이 은결군의 마지막 등굣길을 배웅하러 나와 있었다. 시민들은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은결군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동생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은 형은 운구차에서 내려 학교 정문으로 걸어갔다. 은결군의 어머니는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은결아 학교 가야지”라고 울먹였다. 운구차가 학교를 떠나자 주민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은결아 잘 가, 다음 생엔 행복해”라고 외쳤다.

학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운구차는 장지인 수원승화원으로 떠났다.

지난 11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사거리에 전날 어리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추모 물품들이 놓여 있다. 뉴시스

은결군의 아버지는 지난 1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 위반 사고 엄중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스쿨존 내 안전장치와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교차로 회전 구간과 횡단보도 간 거리 확장, 스쿨존 내 펜스 및 안전장치 강화, 운전면허 관리법 강화, 스쿨존 내 CCTV 관제시스템을 통한 신호 위반 및 과속 단속, 운수 차량에 대한 안전운전 계도 및 단속 차량에 대한 확실한 조치 등이다. 아버지는 “이번 사고로 인한 허탈함과 슬픔은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청원서 작성의 취지를 밝혔다.

은결 군의 영정사진. KBS 보도화면 캡처

은결군은 지난 10일 낮 12시30분쯤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 스쿨존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하는 시내버스에 치였다. 당시 우회전 신호등에는 빨간불이 켜져 있었고, 은결군이 건너던 횡단보도에는 파란불이 켜져 있는 상태였다. 은결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운전기사 A씨는 지난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