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월클’은 달랐다.
한국 남자 선수 중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18위에 자리한 임성재(25·CJ대한통운)가 3년7개월만의 국내 대회 출전에서 5타차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임성재는 14일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 2개를 범했으나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임성재는 2위 추격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19년 10월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이어 KPGA코리안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3억원.
임성재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신 이 대회에 출전한 것은 자신의 서브 후원사인 우리금융그룹이 주최 대회여서다. 작년에도 출전했지만 대회 개막 하루 전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2주간의 격리만 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임성재는 전반 9홀에서 샷이 크게 흔들려 보기 2개에 버디 1개로 1타를 잃어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임성재는 임성재였다. 후반 들어 완전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임성재는 12번(파5)에서 3m 가량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킨데 이어 13번홀(파4)에서 두 번째샷을 핀 50cm 지점에 떨궈 버디로 연결하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3개홀에서 4타를 줄인 임성재는 이후 17번홀(파4)까지 파행진을 거듭하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대미를 장식했다.
임성재는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전반에 플레이가 안좋았다. 전반 끝나고 타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후반에 집중하자고 마음 먹었다”면서 “12번홀 이글이 우승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18번홀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 번째샷이 그린 벙커에 빠져 홀까지 50야드 정도 남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임성재는 피칭웨지를 빼들었다.
그는 “거리가 50야드 정도여서 피칭웨지를 잡아 컨트롤 샷을 했다. 그게 붙어서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라며 “시차 적응에 힘들었으나 많은 분들이 찾아와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됐다.
임성재는 다음주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PGA선수권대회에 임하는 각오도 밝혔다. 임성재는 “내일 미국으로 들어가 PGA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여러모로 힘들겠지만 이번 대회처럼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호주동포 이준석(35·우리금융그룹)은 통산 3승에 도전했으나 임성재의 기세에 눌려 1타차 준우승에 그쳤다. 마지막 18번홀에서 1m 버디 퍼트를 놓친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2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가며 통산 9승에 도전했던 최진호(39·코웰)는 5타를 잃어 6위(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스폰서 주최 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황중곤(31)은 3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했으나 3위(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에 입상한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한편 이번 대회 갤러리 수는 1R 1834명, 2R 1844명, 3R 5257명, 4R 11213명 등 총 2만0148명으로 집계됐다. KPGA코리안투어서 2만여명의 갤러리가 몰린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주최측은 ‘임성재 효과’로 분석했다.
여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