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사] “내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변화 일어날 타이밍”

입력 2023-05-13 06:00 수정 2023-05-13 06:00


<돈·만·사-돈을 만지는 사람들: 국민일보는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의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하는 코너를 운영합니다. 독자들이 건전한 투자로 수익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는 글들을 싣겠습니다.>

자칭 타칭 ‘부동산 전문가’가 범람하는 시대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일단 부동산 가격 등락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명확한 근거와 숫자를 통해 설명하는 경우도 드물다. 객관적인 ‘분석’보다는 ‘주장’이 앞선다.

이광수 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사진)은 부동산 리서치를 통해 부동산 시장 내에 존재하는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이 전 연구원은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부동산 관련 정보를 양산하는 주체들은 대부분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자들”이라며 “부동산 관련 객관적인 정보를 많은 이들에게 나눠줘서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부의 불평등을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포부 아래 이 전 연구원은 지난달 말 미래에셋증권을 그만두고 ‘광수네 복덕방’이라는 부동산 독립 리서치법인을 세웠다. 그는 현재 일반 대중들에게 정기적인 분석 리포트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미 약 1만5000명 정도가 구독했다.

건설회사 출신 ‘1호’ 애널리스트인 이 전 연구원은 동양종금증권(현 유안타증권)에서 시작해 2014년 미래에셋증권으로 둥지를 옮겼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표적인 합리적 부동산 조정론자로 불린다. 이 전 연구원에게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과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집값 반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최근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고,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 ‘수요자’가 누구인지 봐야 한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투자 수요’가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지금 들어오는 수요는 ‘실수요’다.
실수요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다시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다시 거래량은 줄고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 3개월 거래량이 회복됐지만, 4월에는 보합 수준이거나 감소할 수 있고 5월부터는 확연하게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투자 수요’가 들어오고 있다는 시그널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통 부동산 거래량이 추세적으로, 최소한 4개월 이상 회복될 때 시장에 수요가 들어오고 있다고 판단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눈에 띄는 재미있는 시그널이 있다. 70대 이상 주택 매수자가 늘면 전체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70대 수요가 계속 증가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줄었다. 70대 이상 수요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가격 상승의 시그널이다.
또 하나는 전셋값이다. 지금 전셋값은 계속 내리고 있는데, 이 흐름이 멈추거나 상승하기 시작하면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신호로 보면 된다. 지금은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전세를 끼고 집을 보유한 사람들이 못 버티고 집을 내놓는 상황이다. 수요는 떨어지고, 공급 측 매물이 증가하면 주택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무주택자들은 집을 구입할 ‘타이밍’을 항상 궁금해한다. 최적의 타이밍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
“일단 전셋값 하락세가 멈추는 건 내년 하반기 정도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가 ‘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타이밍으로 본다.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꿈틀거릴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이 예전보다 훨씬 짧아졌다는 점이다. 예전보다 정책의 강도가 세졌고, 부동산 시장과 관련 시장 정보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평가해달라.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 방어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내 부동산 시장 가격은 지나치게 많이 올랐고, 어느 정도의 경착륙이 필요한데 이를 억지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방향의 정책은 나중에 큰 후유증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가령 재건축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는 이명박정부 당시를 연상케 하는데, 이는 분명 나중에 또다시 부동산값 폭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높은 월 배당 등 장점이 있는 ‘리츠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초보자를 위한 리츠 투자 전략에 관해 설명해달라.
“지금 리츠는 주가가 많이 빠져 있고 배당 수익률도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하기에 더더욱 적기라고 본다. 리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배당을 목적으로 조금씩 지속적으로 분할 매수를 하는 게 중요하다. 노후 대비용으로서 장기 투자, 현금 흐름(cash flow)이 필요한 세대에게는 굉장히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을지 판단을 위해 초보자에게 꼭 살펴볼 것을 추천해주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임차인이 우량한 기업인가, 리츠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회사(AMC)가 신뢰할 만한가, 상장된 지 오래됐느냐 등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