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 수출을 가장해 필리핀에서 밀반입된 마약을 10대에게까지 판매해 온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속여 국내 유통·판매책을 모집해 수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을 유통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2일 마약 유통 조직 총책 A씨(48)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 구속 송치됐다고 밝혔다. 유통·판매책 13명도 지난해 검찰에 송치됐다. 이중 7명을 구속된 채 검찰에 넘겨졌다. 또 이들로부터 마약을 매수하고 투약한 58명을 검거해 불구속 송치됐다. 상습투약자 1명은 구속 송치됐다.
지난 2019년 필리핀으로 간 A씨는 성인용품 수출을 가장해 국내에 반입된 마약류를 유통하고 판매하다가 지난해 10월 18일 인터폴 수배 끝에 필리핀 은신처에서 검거돼 지난 4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A씨 일당은 지난해 2월부터 SNS로 국내 유통·판매책을 모집하고 구글과 트위터 등에 ‘마약 판매’ 광고 글을 게시해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해왔다. 사전에 마약을 특정 장소에 숨겨둔 뒤 구매자가 이곳에서 마약을 찾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판매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수법이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7만9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17억8000만원 상당의 마약류(필로폰 535g, 합성대마 476g, 엑스터시 167정, 케타민 163g)와 범죄수익금 1400만원을 압수했다.
A씨는 돈이 급한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국내 유통·판매책을 모집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들의 수당을 가상자산으로 지급하거나, 고속버스 수화물·무인보관소를 통해 비대면으로 현금을 지급해 수사기관이 추적을 피해왔다.
이들에게 마약 매수해 투약한 이들 58명 중 45명이 20·30대였다. 10대도 4명이나 포함됐다. 초범은 27명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여성은 17명 대학생은 5명이었다. 상습투약자는 58명 중 8명뿐이었다.
A씨 일당은 이렇게 벌어들인 범죄수익금 중 7억원 상당을 자금관리책 B씨 명의 코인 계좌와 필리핀 거주 한국인 명의 계좌에 이체한 후 자금을 세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계좌에 입금된 돈을 필리핀 현지 카지노 등에서 코인과 필리핀 페소화로 환전해 범죄수익금을 빼돌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