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해 돈 잃었다고… 中동포, 이웃에 흉기 2명 숨져

입력 2023-05-11 13:31 수정 2023-05-11 13:40

경기 시흥에서 인터넷 도박에 빠진 30대 중국 교포가 같은 영구 임대 아파트에 사는 이웃 3명을 잇달아 흉기로 찔러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피의자는 인터넷 도박으로 수천만원을 잃게 되자 화가 난 상태에서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범행을 저질렀다.

시흥경찰서는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A씨(39·중국 국적)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A씨는 10일 오후 8시쯤 자신이 사는 시흥시 소재 영구 임대아파트 4층에서 이웃인 40대 B씨를 목 졸라 기절시킨 후 흉기로 한 차례 찌른 데 이어 13층으로 올라가 또 다른 이웃 70대 여성 C씨, 60대 D씨를 잇달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C씨와 D씨가 숨지고, B씨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의 소개로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대 그동안 8000만원 상당을 잃었고, 사건 당일에도 160여만원을 추가로 잃었다”면서 “화가 나 B씨와 다퉜고,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직후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또 다른 이웃들도 살해키로 결심하고 C씨와 D씨를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사망한 줄 알았던 A씨가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추가 범행을 이어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7층과 14층의 이웃에게 찾아갔지만, 두 집 모두 사람이 없어 화를 면했다.

A씨는 인터넷 도박을 하기 위해 종종 C씨에게 휴대전화를 빌려 썼으며, D씨와는 가끔 화투 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7층 자신의 집으로 가 옷을 갈아입고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이어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택시를 불러달라”며 협박했다.

학생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8시55분쯤 A씨가 흉기를 소지한 것을 확인해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서 “오늘 내가 사람을 3명 죽였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추궁을 계속해 이 같은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A씨가 8시쯤~8시20분쯤 사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10년 국내에 입국해 이듬해인 2011년 한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A씨는 지난해 10월쯤부터 한국 국적의 친척이 계약한 이 아파트에 전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거주해왔다.

A씨의 친척은 생계·의료 수급자로, A씨가 들어오기 전 해당 아파트에 혼자 살다가 최근까지는 A씨와 함께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시흥=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