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현직 대통령과 야당의 소통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간접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10일 오후 3시쯤 평산책방에서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 대표와 가볍게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서점을 둘러보며 문 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는데, 이 대표는 유니폼격인 앞치마를 착용하고 직접 ‘책방지기’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 자택으로 이동해 40분가량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로 여러 어려운 사정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국가적인 어려움을 타개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권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가 자신을 만나기 직전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을 찾은 것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자신이 대통령 재임 당시 야당 사무실을 방문했던 일을 회고하면서 당시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했던 이야기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직전 당시 제1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당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화는 정치인에게는 일종의 의무와 같은 것”이라며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최근 대통령실이 제의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 관련 언급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면서 느꼈던 것들”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들과 여러 채널로 대화도 하고, 실제로 당시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들과도 만남을 진행하셨으니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하신 말씀”이라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이제 역동성을 회복해서 젊은층에게 더 사랑받는 정당으로 변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이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에선 ‘하나가 되자’는 게 의원들, 또 당원들의 다수 의견”이라고 말하며 문 전 대통령 앞에서 실제로 서로 손을 맞잡기도 했다고 권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정숙 여사는 이 자리에서 “가끔씩 서울 소식이 궁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리에서는 당내의 돈봉투 의혹이나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윤석열정부 1년에 대한 평가나 한·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부 여당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