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연관된 10대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이나 시도 관련 소식이 잇따른 가운데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청소년에 특화된 대응책이 시급하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동안 각계 각층 노력으로 꾸준히 자살률을 낮춰 왔지만 불행히도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했다”며 “청소년의 자살 또한 예방할 수 있고, 예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 마음과 자살의 특성을 이해해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우선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 자살동반자를 찾는 청소년의 행동 패턴에 대해 “청소년이 진정 원하는 것은 공감과 위로”라고 역설했다.
마음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한 채 소외되고 고립된 청소년일 수록 괴로움과 외로움을 들어주고 공감해 줄 사람을 인터넷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사람이나 여러 명의 집단이 형성될 경우 자살생각과 자살계획, 자살행동이 강화될 수 있어 위험성은 훨씬 커진다.
학회는 “고통을 들어주다가 자살을 조장하는 것은 마음을 위로하는 공감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미끼다. 죽고 싶다고 외치는 것은 죽을 만큼 힘들다는 절절한 표현”이라면서 “진실한 공감은 사람을 살린다. 청소년이 자살동반자가 아니라 생명동반자를 찾도록 도와주자”고 강조했다.
학회는 또한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자살동반자 모집과 구체적인 자살 방법 제시, 자살 유도, 자살 도구 판매 등 자살유발정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해 사진 및 동영상, 자살에 대한 막연한 감정 표현, 자살 미화, 자살 희화화 등 자살유해정보의 유포와 확산을 철저히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특히 “자살에 대해 표현하고 소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규제하는 동시에, 상담과 치료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의 자살 보도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 인식과 모방 자살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자살보도 자체가 타인의 자살을 흉내 내는 모방자살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특히 청소년기는 다른 연령대보다 모방 자살에 취약하다고 알려졌다. 라이브방송을 켜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실행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자살방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나 묘사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살에 관한 정보나 암시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학회는 다만 규제와 억제만으로 자살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자살 예방을 위한 가정과 학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우선 “부모님과 선생님이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청소년을 위한 생명존중, 자살예방 캠페인과 교육을 더욱 확산해야 한다”면서 “인터넷에서 훨씬 활발히 활동하고 소통하는 청소년의 특성을 이해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사례를 바탕으로 모바일 상담을 비롯한 온라인 자살예방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학회는 “지킬 수 있는 한 생명을 잃고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뿐만이 아니라 교육, 심리, 복지, 정신의학 측면을 포괄하여 원인을 조사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국가적 노력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자살예방이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