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난 겨울 에너지 빈곤층 5만명 넘어…“전기료 인상 신중해야”

입력 2023-05-11 06:00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건물 외벽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뉴시스

지난 겨울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거나 전기·가스가 끊긴 채로 생활한 에너지 취약계층이 5만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배 넘게 폭증한 수치다. 조만간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지면 에너지 빈곤층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에너지 취약계층 발굴 현황’에 따르면 지난 겨울(지난해 11월~지난 2월) 에너지 취약계층은 5만3753명으로 지난해 겨울(2021년 11월~지난해 2월·2만3518명)에 비해 3만235명 증가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한 체납자가 4만1052명이었다. 가스나 전기가 끊긴 인원은 각각 8324명, 4377명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빈곤층이 1년 만에 2배 넘게 폭증한 것은 한전과 가스공사 등 공공기관 적자 해소를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에너지 요금 인상을 추진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정부는 4차례에 걸쳐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을 MJ 당 5.5원 인상했다. 전기요금도 3차례에 걸쳐 ㎾h 당 19.3원 올랐다. 이어 정부는 지난 1분기 전기요금을 ㎾h 당 13.1원 인상했고,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공공요금 인상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6만6950원으로 1년 전(5만9588원)보다 12.4% 늘었다. 연료비는 조명, 냉난방, 취사 등 일상 가사를 영위하기 위해 지출하는 연료 관련 비용이다. 전기료,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연료, 등유, 연탄, 공동주택난방비 등이 포함된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1~3분기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연료비는 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2·3·4분위는 각각 3.2%, 4.7%, 7.4% 늘었다. 1분위 연료비 지출 증가폭이 다른 분위보다 크게 늘어난 셈이다. 서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등유와 LPG 등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3분기 등유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7.9% 증가했다. 취사용 LPG도 같은 기간 23.0% 뛰었다. 같은 기간 전기료는 10.9%, 도시가스료는 8.9%, 지역 난방비는 4.9% 올랐다.

신영대 의원은 “올 겨울 역시 에너지 빈곤의 취약성이 예외 없이 드러났다”며 “정부의 급격한 에너지 요금인상으로 취약계층이 크게 증가하고, 저소득층의 생활고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어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활 안정이 우선”이라며 “공공요금 인상은 에너지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연료비 부담 완화 방안 마련 등 신중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