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점유율 1위’ SUV vs ‘판매량 1위’ 세단

입력 2023-05-11 07:03
(왼쪽부터)현대차의 제네시스 세단인 G80과 SUV인 GV80.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SUV와 세단 두 차종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1일 지난달 기준 국내 등록된 전체 승용차 51만709대 중 SUV는 25만9405대로 약 50.8%를 차지했다. 세단은 25만1204대로 약 49.2%로 점유율은 SUV의 승리다.

전국 17시도에서의 통계로 살펴보면 1월 전체 승용차 12만2501대 중 46.5%(5만6973대)가 SUV였는데, 4월 전체 승용차 12만7867대 중 7만9대로 54.8%까지 상승했다. 특히 4월에는 제주와 울산을 제외하고 모든 점유율이 50%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SUV 강세 분위기를 차박과 전원 활동에 대한 로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세단보다 넓은 내부 공간감으로 인한 실용성과 안정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기아의 소형 SUV 셀토스. 기아차 제공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SUV 강세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으로, SUV가 주는 특유의 공간성과 도시화하면서 사람들이 아웃도어 라이프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실제로 이를 누리지 않더라도 관념적인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SUV는 처음 등장했을 당시 오프로드와 같은 험지 주행에 특화된 차종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제네시스와 수입차종의 고급화 SUV 들이 대거 등장하고 넓은 실내공간과 트렁크 공간으로 ‘차박’ 등 레저 활동에도 적합한 차종으로 거듭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SUV의 인기 덕분에 세단은 고전했다. 특히 일부 브랜드들은 단종되기도 했다. 비슷한 가격대에 있던 쉐보레 임팔라, 르노 SM5, 포드 퓨전·토러스 등이 자취를 감췄다. 이 같은 세단 고전의 배경에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등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준중형 세단의 자리를 SUV와 세단을 합쳐놓은 형태인 CUV로 채워 넣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판매 중인 차종 49종 중 CUV를 포함한 SUV가 28종에 달한다.

국산 대표 세단으로 불리는 현대차의 그랜저가 올해 1~4월 3만9861대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다만, 10위권 내 상용차와 MPV(다목적형차량)를 제외하면 세단은 아반떼와 제네시스 G80뿐이다. 이에 비해 기아의 스포티지, 쏘렌토, 셀토스와 쌍용의 토레스 등 SUV는 총 4종으로 판매량 역시 세단보다 2111대 더 높았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세단이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세단이 자리 잡고 있다. BMW 5시리즈(7722대)가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5851대), S클래스(3831대), 아우디 A6(3650대), 렉서스 ES(3094대) 순이다.
BMW 뉴 5시리즈. BMW 제공

수입차 중 세단이 인기 차종인 이유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급 프리미어 시장에서는 SUV보다는 전통적인 세단 선호 현상이 높다. 국산차는 SUV, 수입차는 세단으로 시장이 양분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