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시험에 기출 ‘복붙’한 제주 사립중 재시험 ‘파장’

입력 2023-05-10 13:30 수정 2023-05-10 13:40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시험 재실시 공지.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중간고사 시험에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했다가 재시험을 치르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애꿎은 학생들만 시험을 두 번 보게 됐다.

해당 학교는 9일 홈페이지에 ‘1학기 중간고사 중 수학교과 재시험’을 실시하겠다는 공지를 게재했다.

시험 문제 중 기출문제가 포함됐고,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 회의 결과 시험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저해됐다고 판단해 재시험을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수학시험은 중간고사 기간이던 지난 3일 치러졌다. 전체 26문항 중 2학년은 7문항, 3학년은 13문항에 기출문제가 출제됐다.

기출문제는 국내 다른 학교나 학원에서 이미 출제돼 문제은행에 등록한 것이다.

제주도교육청 중학교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에서는 지필평가 문항 출제시 시판되는 참고서의 문제나 이전에 출제된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시험 후 문제를 제기한 건 학생들이었다. 시험 범위 내 기출문제에 포함됐던 문제들이 보기까지 똑같은 순서로 시험에 나왔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와 제주도교육청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학부모들도 해당 학교의 시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출제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내부 시스템에 의해 자체적으로 걸러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의 경우 2019년부터 고입선발고사가 폐지되면서 학교 성적 관리가 고입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해당 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사과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이 시험을 다시 본다고만 알려왔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장은 “죄송스럽다. 심적 부담이 큰 상황이 됐다”며 “재시험이 끝나는대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사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연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도 감사에 착수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9일 오후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고, 제주시교육지원청이 현황 조사를 마쳤다”며 “문제가 된 수학시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해 결과에 따라 감사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10일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평가와 성적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해당 중학교는 15~16일 재시험을 치른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