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암석이 스위스의 한 작은 산간 마을을 덮칠 것으로 예상돼 주민들에게 즉시 마을을 떠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 지역에 있는 브리엔츠 마을 주민 약 70명에게 9일(현지시간) ‘몬스터 암석’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0일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200만㎥ 크기의 암석이 앞으로 7~24일 안에 산에서 떨어져 마을을 덮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피령에 따르면 주민들은 늦어도 12일까지는 마을에서 빠져 나와야 하고, 브리엔츠 거주자가 아닌 이들은 지금부터 마을에 들어갈 수 없다.
이 같은 대피령은 주민들에게 놀랍지 않은 소식이다. 브리엔츠는 이전부터 지질학적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왔기 때문이다.
마을 자체가 계곡 쪽으로 침하하고 있는 땅에 자리 잡고 있어 교회 첨탑이 기울어지고 건물 곳곳에 큰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안정화 작업을 하며 침하 속도를 늦추고 있었지만, 그 사이 이번엔 마을 뒷산에 균열이 생겼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큰 바위가 마을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자주 목격하기도 했다.
지질학자들은 뒷산 암벽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빨랐다.
올해 여름쯤 대피령을 내릴 계획을 세웠던 현지 당국이 최근 위험 평가 결과 산사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즉각 대피’로 방향을 튼 이유다.
대피 주민들은 성수기인 스키 시즌 전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아 아직 빈방이 많은 렌처하이데 리조트 등 인근 마을에서 거처를 제공받게 됐다.
BBC는 스위스 알프스 지역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축 규제가 엄격하고 위험 평가도 까다롭게 이뤄지는 스위스의 마을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데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매체는 “지난해 여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스위스 빙하는 100년 전 크기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작아졌고,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줄어들어 고산 지대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버리면 지반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마을이 있는 그라우뷘덴 지역은 앞서 2017년 ‘규모 3’에 맞먹는 대형 산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당시 해발 3300m가 넘는 인근 봉우리에서 400만㎡에 달하는 바윗덩이와 토사가 흘러내려 가옥과 축사 수십 채가 파손됐고 주민 8명이 숨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