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세입자 500여명에게 보증금 430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이른바 ‘건축왕’ 일당에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다.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한 첫 적용 사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사기 등 혐의로 건축업자 A씨(61) 등 51명을 검찰에 송치할 추가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의 전세세입자 533명으로부터 보증금 43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430억원은 지난 3월 A씨 등 10명의 1차 기소 당시 범죄 혐의액수인 125억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경찰은 이번에 송치할 전체 피의자 51명 중 A씨를 포함한 18명에게는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들이 전세사기를 계획한 뒤 중개팀, 주택관리팀, 기획공무팀을 각각 구성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질렀다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A씨와 관련한 사기 건수는 2건 이상이라서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에 절반인 징역 5년을 더해져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범죄단체조직죄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 범행을 주도한 A씨뿐 아니라 나머지 공범 17명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범죄단체조직죄가 추가로 적용됐다고 해서 법정 최고형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앞으로 A씨 관련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수사 중인 고소 사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접수한 관련 고소 사건은 모두 944건이다. 이들 고소를 통해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보증금은 총 700억원대에 이른다.
경찰은 사건을 최종 송치할 때 A씨 일당의 범죄수익을 묶어두기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피해회복 및 일상화’라는 정부 기조에 맞춰 관계부처와 협업하고 서민침해형 범죄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