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자산 보유 논란과 관련해 나흘 만에 사과했으나 추가 의혹이 불거지며 파문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가 애초 알려진 80만개보다 훨씬 많은 130만개에 달하는 코인을 보유했었다는 의혹이 가상자산 업계에서 제기된 것이다.
9일 가상자산 커뮤니티인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는 김 의원이 발표한 가상자산 지갑의 생성일과 잔액 등이 같은 지갑을 찾아 이를 김 의원 것으로 특정해 분석한 결과를 내놨는데, 이에 따르면 해당 지갑에서 거래된 코인은 127만여개였다. 기존에 김 의원이 보유했다고 알려졌던 80만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이 지갑의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1월 21일 세 차례에 걸쳐 위믹스 약 41만7000개가 빗썸에서 클립으로 들어왔다. 당시 위믹스 가격은 개당 6300원 수준으로 26억5000만원 규모다. 또 빗썸 지갑에서 업비트 지갑으로 지난해 2월과 3월 수차례에 걸쳐 약 85만5000개의 위믹스가 이체됐는데, 당시 평균가로 계산하면 60억원 정도다. 모두 합치면 약 86억5000만원이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개된 가상자산 지갑이 본인 것이 맞나’라는 질문을 받고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모르겠다”면서도 “부정한 돈이 들어오거나 할 여지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고 “민생 위기 속에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그는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해 제 지갑으로만 투명하게 거래했다. 아울러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상속·증여받았다는 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에도 충실하게 근거자료 일체를 제출했다. 당분간은 당의 조사에 적극 임하고, 혹시 추가로 요구하는 자료가 있다면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기된 여러 의혹을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가상자산 투자자금 출처에 대해 “전세가 만기가 도래해서 전세자금을 가지고 있는 게 6억원이고 전세자금을 투자해서 LG디스플레이(주식)를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한 대금 9억8574만원을 가상자산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위믹스뿐 아니라 여러 가상자산에 투자했다면서 “2016년 2월쯤부터 지인 추천으로 당시 8000만원 정도를 이더리움에 (투자)했다. 제가 변호사 일을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내돈내투’(내 돈으로 내가 투자) 한 것”이라고 했다. 위믹스에 투자한 배경에 대해선 “상장사, 아주 대형 회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점은 사실은 3만원”이라며 “그래서 이미 한참 폭락하고 있었던 시점에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당 지도부에 가상자산 일부를 매도해 투자 원금을 회수했고 안산 아파트(6억원), 여의도 오피스텔(2억원) 등 전세보증금으로 썼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 의원의 코인 논란과 관련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이상거래’로 판단한 내용과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FIU가 기준에 따라 이상거래로 판단했고 자체 판단 준거에 따라 여러 방면으로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FIU가 범죄와 전혀 무관한데 수사기관에 이상거래를 통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해 기각된 압수수색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