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신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고 있다. 조선소 독(dock)이 포화상태인 한국은 줄어든 수요도 감당을 못해 신규 수주에서 주춤한다. 대신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지난달 세계 선박 발주량이 185만CGT(표준선 환산톤수‧80척)로 지난해 같은 달(486만CGT‧153척)보다 62% 감소했다고 9일 밝혔다. 4월만 놓고 보면 2020년 4월(191만CGT) 이후 3년 만에 가장 적은 발주량이다. 전월(333만CGT‧117척) 대비로는 44% 줄어든 규모다. 올해 들어 전 세계 발주량은 감소하다가 지난 3월 깜짝 증가했지만, 1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신규 발주량 가운데 한국은 38만CGT(13척)를 차지해 점유율 20%를 기록했다. 신규 수주 점유율은 한 달 새 29%에서 9% 포인트나 빠졌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50%에서 76%로 뛰었다. 지난달에 중국의 수주량은 141만CGT(62척)에 이른다. 수주량 3위인 일본은 6만CGT(5척‧3%)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규 수주 급감을 겪었다.
수주잔량 기준 점유율은 3개월째 유지됐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억1100만CGT이었다. 한국이 3845만CGT(35%), 중국이 5008만CGT(45%)였다.
한국의 신규 수주가 줄어든 건 2년간 폭발적이었던 발주가 진정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른바 ‘역기저 효과’다. 2021년(5429만CGT)과 지난해(4553만CGT)엔 ‘역대급’ 신규 발주가 있었다. 한국 조선소의 독이 꽉 찬 탓도 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의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해 수주하고 있지만, 이미 받아놓은 수주량이 넘쳐 신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통상 선박은 발주 시점부터 인도까지 30개월가량 걸린다. 현재는 한국 조선사에 발주를 넣어도 최대 56개월 뒤인 2027년 하반기에나 배를 인도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국은 친환경 선박까지 수주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의 수주량이 늘어난 건 한국 조선소 독이 거의 찼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소에 발주를 하면 오래 기다려야 해서 중국 조선소의 독이 채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LNG 선박 경쟁력이 높고, 같은 값이면 한국에 발주를 넣으려는 수요가 여전하다”면서 “한국은 건조능력이 빨라서 몇 달 정도의 수주 감소만으로 중국에 시장을 넘겨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