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을 운행하는 전기차가 늘면서 충전구역 불법주차와 충전 방해행위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기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행위가 여전해 친환경적 교통수단인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지역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0년 2660대에서 2022년 6015대로 2.26배 늘었다.
9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충전구역 내 내연기관 차량의 불법주차 단속 건수는 2020년 567건, 2021년 693건에 이어 지난해 3885건으로 폭증했다. 1년 사이 무려 5.6배 늘어난 수치다.
충전기 인근에 물건을 쌓아두는 충전방해 건수 역시 2020년 68건, 2021년 43건에서 2022년 232건으로 ‘우상향’ 했다.
이 같은 단속건수 증가는 출퇴근 수단 등으로 보조금이 지급되는 전기차를 선호하는 시민들이 많아진 데다 안전신문고 앱 등 신고방법이 쉬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 개정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은 전기차 충전구역·전용주차 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로·충전기 접근을 가로막아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할 때는 물론 하이브리드 자동차·전기차가 최장 14시간을 초과한 때도 해당한다. 충전구역 내·진입로 주변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해 충전을 방해하다가 적발돼도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충전구역을 표시한 구획선 또는 문자 등을 임의로 지우거나 훼손한 경우, 충전기를 고의로 훼손했을 때는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500세대 미만 아파트 충전구역에 전기차가 14시간 이상 주차한 경우, 아파트 단지 내 충전구역이 전기차 수량과 같거나 초과한 경우 등은 제외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이 지속적 주차가 가능하다고 별도 표시했을 때도 자유로운 주차가 허용된다.
이처럼 전기차 충전구역 불법주차와 방해행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도심 내 주차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연기관 차량 소유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실제 광주지역 소규모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등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구역에서는 충전을 위한 ‘전기차 전용주차’를 둘러싼 크고 작은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기차가 아닌 차량이 충전구역에 차를 세워 충전을 막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주차구역의 효율적 이용 방안에 대한 차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인천 송도 모 아파트에서는 지하 1층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된 불법주차 차량 8대를 한꺼번에 신고하는 사연이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 소유자들은 “겹주차가 불가피할 만큼 주차공간이 부족한 데 전기차 충전구역이라고 해서 온종일 주차구역을 비워두는 날이 적잖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보조금까지 받고 비싼 전기차를 구매했는데 충전을 못해 세워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이와 관련,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이 거의 없고 에너지 자립에 도움이 되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태료를 적극 부과해왔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전기차는 제때 충전을 못 하면 원천적으로 운행할 수 없다”며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차 확산을 위해 충전 기반 확충과 충전방해에 대한 지속적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