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물 새고, 엘리베이터 멈추고…불안한 세종청사 중앙동

입력 2023-05-09 06:00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이 지난해 11월 1일 준공된 이후 최근까지 2663건의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사업비만 3452억원에 달하는 신축 공사가 ‘날림’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중앙동 준공 후 발생한 하자 2663건 중 2296건은 보수를 마쳤고 367건은 이달 말까지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앙동은 지난달 5일 빗물이 샜고, 지난 3일에는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등 하자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빗물로 인한 누수는 천장 창틀 이음 부분의 실리콘 충진 불량으로 발생했다. 엘리베이터는 전력 계통 오류로 12대가 멈춰 복구에 20분~1시간이 걸렸다. 점심시간에 발생한 고장으로 직원들은 높게는 14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하자는 건축 분야가 2079건으로 가장 많았다. 마감 불량, 도장 불량 등 문제도 제각각이었다. 바닥이 갈라져 있거나 출입문, 창문 시공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천장 누수뿐 아니라 옥상 바닥은 배수 불량까지 발생했다.

엘리베이터 승강장이 몇 층에 있는지 표시가 안 되거나, 버튼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휴게실이나 샤워실에 조명 스위치가 설치되지 않아 조명을 켜고 끌 수 없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옥상 CCTV 고정 불량으로 CCTV가 회전하지 않거나, 화장실 비상벨이 단말기 불량으로 통신이 되지 않는 경우도 발견됐다.

중앙동에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직원 약 2800여명이 입주해 있다. 대규모 인원이 업무하는 공간인 만큼 하자로 인한 불편도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입주 초반이라 도장이나 마감이 불량한 곳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일하는데 불편할 정도로 하자가 많으니 황당하다”며 “정부청사가 아니라 일반 기업이었다면 입주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신청사에서 수천건의 하자가 발생한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부실 공사 여부 등 명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는 한편, 국민과 공무원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수와 유지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