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현장을 살리기 위해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조성하는 펀드가 이르면 오는 8월 첫발을 뗀다. 앞서 캠코가 펀드를 통해 수도권에 있거나 대형 금융사가 보유한 PF 현장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인 바 있는데 최근 공개된 확정 공고문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국민일보 2023년 4월 14일자 1면 참조). 대신 캠코는 부실 PF 현장의 기존 사업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계획대로 아파트를 건축하는 대신 백화점이나 호텔 등을 지어 사업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2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것) 5개를 굴릴 운용사를 선정하기 위해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 운용사 선정 계획’을 지난 4일 공고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연초 업무 계획 발표 당시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펀드를 조성해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직접 사들여 관리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공고는 이 대책의 세부 방안이다.
캠코는 오는 24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내달 중 운용사 5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공고문에 펀드 결성 시한이 ‘운용사 선정 결과 통지일로부터 2개월 이내’로 명시됨에 따라 이르면 오는 8월 중 본격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펀드를 결성하는 데 필요한 1조원은 캠코가 5000억원을,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가 각각 1000억원씩을 출자해 마련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금리나 인건비가 올라 사업성이 저하, 브리지론(토지 매입과 인허가 등 건설 사업 초기에 쓰이는 단기 차입금)을 빌려 썼다가 이를 갚지 못했거나 착공을 위한 본 PF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삽을 뜨지 못한 사업장이 펀드의 주된 매입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PF 현장을 재구조화하는 것이 펀드 운용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는 매입한 PF 현장의 사업 계획을 바꾸는 데 펀드 설정액의 60%(1200억원) 이상을 의무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9~2021년 전국적으로 집값 상승 광풍이 불 때 지방에 무작정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선 시행사가 많았다”면서 “전문성을 지닌 펀드 운용사가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 사업성을 끌어올릴 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20%(400억원)는 브리지론이나 이를 갚을 본 PF를 내주는 데 써야 한다.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자금은 나머지 20%뿐이다.
펀드가 가동되면 제2 금융권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저축은행권의 PF를 포함한 부동산 자산은 5조2000억원 규모로 자기자본의 2배에 육박한다. 이 중 브리지론 비중이 60%가량으로 높아 최근 PF 위험에 크게 노출돼있다는 평가다. 캐피털업계의 경우에도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잔액이 지난해 말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2조3000억원)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성이 낮은 지방 PF 현장에 돈을 내줬던 제2 금융권 중소형 금융사들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