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게 늘어난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외지인들의 거래가 눈에 띄게 감소했고, 서귀포시의 경우 영어교육도시 주변 미분양 물량이 지역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도내 미분양주택 수는 1916호로, 지난 2월(1929호) 역대 최대치를 찍은 이후 소폭 줄어든 가운데 예년보다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도내 미분양주택은 2018~2019년 1000호 내외를 유지하다 2021년 836호로 줄었고, 지난해 1676호로 급증한 이후 올해 초 1700호를 넘어섰다.
미분양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보면 대부분 읍면지역이다.
제주시의 경우 3월 기준 총 1010호 가운데 60%인 604호가 애월·조천·한경에 집중됐다. 서귀포시는 총 906호 가운데 73%가 넘는 669호가 대정·남원·안덕에 몰려 있다.
미분양주택이 2호뿐인 남원읍을 제외하면 서귀포시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이 대정과 안덕면에 쏠린 것을 알 수 있다.
대정과 안덕은 국제학교 재학생 가정을 겨냥해 신규 주택 공급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대개 평당 2500만~3000만원 이상 고가 아파트나 타운하우스로, 건설업체 역시 도외업체가 대부분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이후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로 자녀를 보내려는 가정이 늘었고, 국제학교 정원이 500명 가량 증원되면서 배후 도시로 이주민들의 주택 매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외지인들의 투자 수요가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서귀포시 주택 매매 건수의 40.8%, 2021년의 경우 45.2%에 이르렀던 외지인 매입 비율은 올해 들어 34%대로 하락했다.
서귀포시 총 주택 매매건수(1분기 기준)도 2021년 1425건, 2022년 1222건에서 올해 679건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만4441건으로, 지난 분기(1만6674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 3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만5815건으로, 2021년 10월(1만6422건)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내 미분양 주택 증가 현상은 지난해 말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 수요가 제주에서 수도권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지방 정부에서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한 역할을 찾는데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