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3번째 우주 비행을 앞두고 있다. 앞선 두 차례 발사는 누리호 성능 검증에 주요 목적을 뒀다면, 3차 발사는 실용 위성을 우주 궤도로 올리는 ‘실전’ 성격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 성공이 이번 발사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 이번 3차 발사는 누리호의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 받는 무대다. 3차 발사에 탑재되는 위성 8기가 전부 집결한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다녀왔다.
3단 기다리는 종합조립동
남해바다의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니 대형 유통창고처럼 생긴 ‘종합조립동’이 바다를 바라보고 우뚝 서 있었다. 누리호와 선배 발사체 격인 나로호 조립이 이뤄진 한국 우주 발사체의 ‘산실’같은 곳이다. 정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건 대형 태극기였다. 그 아래 누리호 1, 2단이 결합된 상태로 누워있었다. 누리호는 최대 직경 3.5m, 무게 200t, 길이 47.2m(아파트 17층 높이)다. 3단이 조립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옆에 선 연구진들이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거구였다.
누리호는 1, 2단 조립이 완료된 상태였다. 지구 중력을 이겨내고 누리호를 우주로 띄워줄 1, 2단의 엔진 성능시험을 성공리에 마쳤고, 엔진 시동 및 1, 2단 분리를 위한 각종 화약류 장착도 마무리됐다. 3단과 연결될 2단의 앞부분은 검정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산화제 탱크와 각종 기계장치 등이 위치한 곳인데, 외국 기술진 등의 ‘커닝’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외부인 통제가 이뤄지는 평소에는 열어놓는다고 했다.
발사체 조립을 담당하는 원유진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준비를 마치고 3단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8일부터 14일까지 (위성보관동에서) 위성과 3단의 조립이 이뤄질 예정이고, 11~12일 페어링(위성 덮개)을 덮는 작업을 한다”며 “3단이 완료되면 15일에 이곳으로 가져와 오는 21일까지 1, 2단과 3단을 기계적 전기적으로 합치는 작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탑재 위성 8기 도착 ‘점검 중’
종합조립동에서 300m가량 떨어진 위성보관동은 분주했다. 이날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인공위성 ‘도요샛’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도요샛은 10㎏의 작은 위성 4기로 구성돼 있다. 세계최초로 위성들이 편대비행을 하며 과학임무를 수행한다. 3개월은 4개 위성이 한 줄로 늘어서 비행하는 종대비행, 3개월은 좌우로 나란히 비행하는 횡대비행을 한다. 이렇게 하면 단일 위성으로 관측하기 어려운 우주 날씨의 시간적 변화(종대)와 공간적 변화(횡대)를 측정할 수 있다. 관측 자료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의 공동 연구에 활용된다.
도요샛을 끝으로 위성보관동에는 우주 궤도에 오를 위성 8기가 모두 집결했다. 3차 발사의 메인 탑재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로부터 최종 점검을 받고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만든 이 위성은 빛과 구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주·야간 지상 관측이 가능한 영상레이더를 싣고 우주로 올라가게 된다. 카이스트에서 점검을 모두 마쳤지만 나로우주센터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그 밖에 소형 위성들도 테이블에 놓여 탑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성들 뒤로는 3단 본체와 위성을 보호해주는 페어링이 세워져 있었다.
발사장에선 화염유도로(路) 센서 작업
나로우주센터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발사대에서는 궂은 날씨에도 화염유도로에 센서를 부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총중량 200t에 달하는 누리호는 하늘로 치솟으며 섭씨 3000도에 달하는 화염을 분출한다. 이런 강력한 화염을 한 방향으로 빼줘야 누리호가 지장을 받지 않고 하늘로 오를 수 있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보면 수증기와 연기, 화염이 뒤섞여 쏟아져 나오는 공간이 있는데 이를 화염유도로라고 부른다. 화염유도로는 누리호가 발사되는 바로 아래 공간에 위치해 있었다. 그 앞에는 발사를 위해 기립한 누리호에 전원과 추진제(연료·산화제)를 공급하는 48m 높이의 엄빌리칼 타워가 서 있다.
강선일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 책임연구원은 “화염의 온도와 속도, 압력 등을 측정하는 센서가 (화염유도로에) 있어야 하는데 민감한 센서들이라 발사를 앞두고 설치한다. 설치가 완료되면 센서를 점검·조정하는 작업이 진행된다”고 했다. 그는 “(누리호 발사 때 보는) 하얀 연기는 대부분 수증기인데 화염이 워낙 뜨거워 열기를 낮추려고 물을 뿌리는데 수증기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누리호 3차 발사는
누리호 3호기의 발사 예정일은 오는 24일이다. 발사 여부는 기상상황과 우주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고려해 발사 당일 최종 확정된다. 발사 예비일은 5월 25~31일이다. 누리호 1호기는 오후 5시, 2호기는 오후 4시 발사됐는데, 3차 발사 시각은 오후 6시24분으로 설정했다. 발사 시각이 늦춰진 이유는 탑재 위성 때문이다. 차세대소형위성 2호의 임무 궤도인 550㎞에 안착하기 위한 최적의 시간대라고 항우연은 설명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평생 위성개발을 해왔지만 항상 다른 나라 발사체를 이용하는 고객이었는데, 드디어 우리 발사체로 고객(위성 제작자)을 처음 맞았다”며 “우주 개발의 정말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3차 발사가 성공하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선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정책연구관은 “이번 3차 발사는 한국의 독자 우주수송 수단인 누리호가 발사체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 본격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라며 “실용급 위성 발사, 체계종합기업의 참여라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흥=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