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전후해 제주지역에 강한 비바람이 이어지면서 하늘길과 바닷길에 이틀째 차질이 생기고 피해가 속출했다.
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산지에 호우경보가, 추자도와 제주도 중산간에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또 제주도 전역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비가 시작된 3일부터 5일 낮 12시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한라산 삼각봉 803.5㎜, 진달래밭 671㎜, 성판악 598.5㎜, 서귀포 365.6㎜, 제주가시리 327㎜, 성산 238.2㎜, 고산 180.7㎜, 제주 142.3㎜ 등이다.
특히 서귀포는 전날 하루에만 287.8㎜의 비가 내리면서 196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5월 일 강수량 기록 역대 1위를 갈아치웠다. 동부지역인 성산도 전날 일 강수량이 193㎜를 기록하면서 5월 성산에서는 2번째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이날 낮 12시 기준 일 최대순간풍속(초속)은 한라산 삼각봉 28.4m, 어리목 27m, 제주공항 22.7m, 대흘 22.1m 등을 기록하고 있다. 궂은 날씨로 한라산 입산은 전면 통제됐다.
급변풍특보와 강풍특보가 발효 중인 제주공항은 이틀째 항공편 운항이 큰 차질을 빚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결항 또는 결항 예정인 국내선 항공편은 모두 200편(출발 101편, 도착 90편)이다. 전날에도 강한 비가 내리면서 오후부터 항공편 운항이 줄줄이 취소돼 총 243편이 결항했다. 이로 인해 수학여행단 33개교 6000여명을 비롯해 1만명 이상의 발이 묶였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운항이 점차 재개되고 있지만 날씨 상황에 따라 항공편 운항 시간이 변경될 수 있으니 이용객들은 사전에 항공사 운항 여부를 확인하고 공항에 나와 달라”고 말했다.
해상 기상 악화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여객선 11척 중 3개 항로 4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강한 비바람 속 피해도 잇따라 발생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낮 12시까지 기상특보와 관련한 신고가 27건 접수됐다.
이날 오전 5시 41분쯤 서귀포시 상효동 한 주택 안으로 빗물이 유입돼 소방대원들이 배수 작업을 벌였다. 오전 9시 2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건물 외벽이 탈락하고 오전 11시 6분께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한 공사장에 쌓아 놓은 모래와 자갈이 인근 도로로 유출됐다.
이밖에 강풍에 간판, 중앙분리대, 공사장 펜스 등 시설물이 떨어지거나 흔들린다는 신고가 잇따라 소방대원들이 긴급 안전조치를 했다.
기상청은 제주에 6일 오전까지 비가 계속되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 북부해안 30∼80㎜, 북부해안을 제외한 제주도 50∼150㎜, 중산간과 산지 등 많은 곳 200∼300㎜ 이상이다. 또 5일 오후부터 비가 점차 강하게 내리며 호우특보가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