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자신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민사소송을 낸 여성을 정신병자로 매도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공개된 영상 증언을 통해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엘리자베스 진 캐럴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그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고 AFP·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캐럴은 지난 1996년 뉴욕시 맨해튼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2019년 폭로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자신을 조롱하기까지 하자 정신적 손해배상과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영상 증언에서 “캐럴은 거짓말쟁이고 정말 아픈 사람이다. 정신적으로 아프다”며 “그는 내 타입이 아니다”는 언급을 반복했다.
이어 “그는 결코 발생한 적이 없는 일을 내가 했다고 말한다. 난 그 미치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영상 증언은 지난해 10월 녹취된 것으로, 이날 배심원단을 위해 법정에서 공개됐다.
앞서 전날 재판에서는 캐럴의 친구인 전직 언론인 캐럴 마틴이 증인으로 출석해 캐럴이 해당 상황 이후 자신에게 한 말을 증언했다.
마틴은 캐럴이 “난 맞서 싸웠다”고 말했지만,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명확히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민사 재판에 직접 출석하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다만 그는 이날 아일랜드의 한 골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출석할 것”이라며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뉴욕주 지방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서 진행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제공 사건의 재판을 맡은 후안 머찬 뉴욕주 지방법원 판사가 자신을 혐오하는 ‘반(反)트럼프’ 법관이라고 주장해온 것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엔 성추문 입막음 돈 제공 의혹으로 전현직 미국 대통령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형사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만약 법원 이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기소를 주도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찰청장뿐 아니라 연방 검찰도 재판 과정에 동참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