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처법’ 또는 ‘법’)이 시행(2022년 1월 27일) 2년차에 접어든 가운데, 법의 효과성에 대한 기업계∙법조계∙학계 등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중처법 위반 1호 재판에서 징역형이 선고(집행유예)된 데 이어 지난 26일 2호 재판에서는 기업대표가 처음으로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중처법 시행 이후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안전보건 전담부서와 전문인력을 배치했고, 관련 절차를 수립하는 등 법상 의무를 다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통계자료에 의하면 사업장의 중대재해 감소 효과는 미미하고, 제조업의 경우 법 시행 직전 연도보다 오히려 사고가 증가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중처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 긴장감을 가진 탓에 사고가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막상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경각심이 떨어진 데다가, 법에 따라 구축한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사고가 늘었다고 추측한다.
중처법은 도입 시점부터 명확성 원칙, 비례성 원칙, 책임주의 등의 위반소지로 논란이 컸다. ‘재해예방예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예정된 데 비해, 그러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에 그치기 때문이다. 결국 각종 자문을 받을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은 물론 법률전문가조차도 이 법의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편, 심각한 혼란이 예상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것은 그 동안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에만 적용되던 중처법이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위 기준 미만의 사업, 즉 대부분의 중소기업으로까지 전면 확대 적용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중소기업 절반 상당이 이 법의 의무사항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준법의지와 무관하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도저히 준수할 수 없거나, 구체적으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규정이 한둘이 아니다.
중처법상 안전보건 예산편성의무를 예로 들 수 있다. 중처법은 경영책임자 등으로 하여금 안전보건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고 그에 맞게 집행할 것을 명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면 건설공사 발주자(A)는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에 예정가격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계상해야 하는 반면 이를 수주한 원사업자(도급인B)가 중소 건설업체(수급인C)에게 하도급을 줄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계상할 의무가 없다.
이로 인해 실제 공사현장에 투입된 수급인(C)은 도급인(B)이 위 비용을 특별히 계약금액에 포함시켜주지 않는 이상, 안전보건 관련 예산을 편성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중처법상 위험성 평가나 안전관리자의 배치, 안전보건교육 등은 원사업자(도급인B)의 주도로 이루어질 뿐, 수급인(C)가 주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여 실시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안전관리자의 경우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몸값이 급등해 단기성∙단발성 공사를 수행하는 소규모 관계수급인으로서는 언감생심 이러한 고급 전문인력을 상시적으로 채용하는 것을 꿈꿀 수조차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개정을 통해 법 준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선행되었어야 함에도 이를 도외시한 것이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법을 준수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로서는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외관상 법 준수를 흉내내는 데 그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보건 확보 효과 없이 불필요한 컨설팅 비용, 서류 작성 비용만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누구도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서는 이를 위반했다고 엄벌에 처하게 하는 정책은 형식적 법준수자 또는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전면 개정이 시급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대륙아주 강우경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