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까지 죽인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권재찬(54)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3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원심과 같이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권재찬은 2021년 12월 4일 오전 7시쯤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지인인 5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450만원을 인출하고 1100만원 상당의 소지품을 빼앗기도 했다.
권재찬은 A씨의 시신 유기와 현금 인출에 도움을 준 직장동료 B씨를 이튿날 인천 중구 을왕리 근처 야산에서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2003년엔 인천에서 전당포 업주를 때려 살해한 뒤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범 살해를 강도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으로 판단한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이날 항소심 공판에서 권재찬은 피고인 신문과 최후진술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죽을 죄를 지었기에 사형에 만족한다”며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함을 느끼며 죄스럽게 숨을 쉬는 것조차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형량을 감경받으려 항소한 것도 아니고 강제로 하게 됐다”며 “무기나 사형 이하는 제게 의미가 없으니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기금고 이상의 형량이 선고될 경우 피고인은 항소와 상고를 포기할 수 없다.
권재찬의 변호인은 “구치소 내에서 세 차례 이상 극단 선택을 시도했고, 눈감을 때마다 피해자가 나온다며 죄책감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2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6일 열린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