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 공공매입 방안의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공공매입을 추진했던 부도임대주택 10채 중 3채만 매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당시 매입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부도임대주택은 실거주 중이던 임차인들이 자비를 들여 분양을 받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공공매입이 이뤄진다면, 피해자들이 경락자금을 대출받아 주택을 낙찰받아야 하는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대출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 사업에 투입 예정이던 6조1000억원의 예산 중 일부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 형식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LH가 넘겨받아 경매에서 피해주택을 낙찰받은 뒤,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에 장기로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매입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장 20년간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매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만5000호의 부도임대주택 중 지난해까지 공공이 매입한 부도임대주택은 1만8739호에 그쳤다. 전체 부도임대주택 중 28.8%만 매입이 이뤄진 것이다.
공공매입이 오히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대출의 굴레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공매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존 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주택을 낙찰받아야 하는데 경락자금 마련을 위해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해 해결하지 못한 기존의 대출에 새로운 대출만 쌓인다는 우려다.
정부는 일단 최대한 많은 피해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매입임대용 주택 기준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LH는 올해 1월부터 건축한 지 10년 이내 주택을 임대용 주택 매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건축 15년 내 주택까지 매입했지만, 신축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올해부터 기간을 줄였다.
국토부와 LH는 전세사기 피해주택 중 노후주택이 매입대상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별도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피해주택의 경우 지어진 지 10년이 넘었더라도 매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변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무단 증축, 용도 변경 등이 이뤄진 불법 건축물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3일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을 논의했으나 피해자 지원 범위와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