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피봇?… 이창용 총재 “금리 인하 언급 이르다”

입력 2023-05-03 15:0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열린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언급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일(한국시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미국 경제채널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은이 곧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여전히 목표치를 크게 상회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우리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피봇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렇게 답했다. ‘피봇’(Pivot)은 회전을 뜻하는 말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110.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월(3.7%) 이후 처음으로 물가 상승률은 3%대로 내려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으로 에너지·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4.0%로 나타났다. 한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다.

이로 인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다시 동결하거나 인하할 수 있다는 시장 일각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조짐을 감지한 2021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베이비스텝’(0.25% 포인트)과 ‘빅스텝’(0.5% 포인트)을 밟으며 금리를 현행 3.5%까지 인상했다.

다만 앞선 두 번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지난 1년간 300bp(베이시스 포인트)를 올릴 만큼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며 “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영향을 평가할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중소형은행의 연이은 파산·폐업과 유동성 위기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며 “한국과 미국의 산업구조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또 최근 원화 약세에 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을 고려할 때 원화 약세 압력은 약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