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지키며 잠자라”…‘JMS 2인자’ 정조은 등 8명 기소

입력 2023-05-03 14:13 수정 2023-05-03 15:55
정명석의 출소 1주년 기념행사 사진. 대전지검 제공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78) 총재의 성폭행 공범인 ‘JMS 2인자’ 정조은(본명 김지선)씨 등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부장검사 김지혜)은 준유사강간 혐의로 정조은씨를, 준유사강간방조 혐의로 JMS 민원국장을 구속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JMS 국제선교국장과 국제부 지도자, 정명석의 수행비서, 대외협력국장 및 대외협력국 차장 등 6명을 강제추행방조 및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정조은씨는 2018년 3~4월 홍콩 국적 여신도인 피해자 A씨(29)에게 잠옷을 건네주며 “여기서 주님을 지키며 잠을 자라”고 지시하는 등 정명석의 유사강간 범죄를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명석의 성폭력 범죄가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정조은씨가 총괄한 것으로 보고 그에게 방조 혐의가 아닌 준유사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정씨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국장은 2021년 9월쯤 A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자 “그것이 하나님의 극적인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정명석에게 유인하고 A씨가 성범죄를 당하는 동안 근처에서 대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정명석이 피해자들을 추행할 때 통역을 하거나 증거인멸을 위해 휴대전화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른바 ‘신앙스타’를 국내·외에서 선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신앙스타는 결혼하지 않고 선교회의 교리에 따라 살아가는 이를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정명석의 성폭력 대상으로 삼기 위한 여신도들이었다.

피고인들은 각 지역 교회에서 외모가 뛰어난 여신도를 골라 선발한 뒤 “정명석은 재림예수다. 이것은 선택적 은총이며 그를 거부하면 지옥에 간다”는 말로 세뇌해 그와 독대하도록 했다. 정명석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는 밖에서 대기하면서 감시했다.

기소된 피고인 8명 가운데 6명은 여성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신앙스타 출신이었다. 검찰은 이들이 정명석의 신임을 받는 신앙스타 출신이라는 지위를 통해 JMS 내에서 요직을 얻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력자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대전지검은 특별수사팀을 해체하고 공판에 주력하기로 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종교단체 내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철저히 짓밟는 범죄인 만큼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정명석과 공범들이 구축한 악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철저히 공소유지하는 한편 피해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