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항히스타민제 약국 판매가 늘고 있다. 알레르기 유발성 꽃가루인 ‘참나무 비산(飛散)’이 10년 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관측되면서 알레르기 환자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3일 국내 1위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 그룹에 따르면 알레르기치료제 지르텍10정(세티리진염산염)의 약국 판매가 지난 3월 약국 판매 순위 36위로 전월 대비 17계단 상승했다.
3월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영향이 컸다면 지난달부터는 참나무 비산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꽃가루 알레르기까지 더해져 알레르기 치료제 수요는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알레르기질환 치료제인 지르텍은 국내 항히스타민제제 시장에서 5년 연속 판매 1위를 이어오고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 유발성이 강한 참나무 꽃가루가 4월 중·하순에서 5월 초순에 가장 많이 날린다. 하지만 올해는 참나무 꽃가루가 지난달 4일부터 날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8일 정도 빨라지면서 최근 10년 사이 ‘참나무 비산’이 가장 이른 시점 관측된 것으로 나타났다.
꽃가루의 양도 많아졌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까지 측정된 누적 참나무 꽃가루 양(국립기상과학원의 채집기 한 대에 포집된 누적량)은 7830개로 지난해 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꽃가루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발생량이 늘어난 것은 이상고온과 건조한 날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봄철 알레르기는 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주요 원인이다. 겨울부터 초봄까지는 황사와 미세먼지 등 대기물질 증가가 알레르기 환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과정은 이렇다. 작은 꽃가루 입자들이 일정량 이상 코점막 등 호흡기로 들어오면 꽃가루를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항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한 면역 물질로 히스타민 등을 방출하는데 이 히스타민이 재채기와 콧물 등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알레르기성 비염 및 결막염 환자 규모’ 등을 보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경우는 국내 인구의 10% 정도로 추정된다. 지르텍 등 2세대 항히스타민 제제는 기존 1세대 항히스타민제제에 비해 졸음, 피로감, 기억력 감퇴, 집중장애 등의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