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샌티스-디즈니 갈등 격화…플로리다주, 디즈니에 ‘맞고소’

입력 2023-05-02 18:19
지난해 4월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월트 디즈니 월드 밖에서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교내 교육을 금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쥐 분장을 한 사람이 론 디샌티스 주지사 포스터를 들고 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성애 논쟁’을 계기로 촉발된 월드디즈니컴퍼니(디즈니)와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간 법적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디즈니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월드 인근 구역 관할권을 지키기 위해 플로리다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일주일도 안 돼 플로리다주가 디즈니를 ‘맞고소’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즈니월드를 관할하는 ‘플로리다주 산하 특별지구’(CFTOD) 감독위원회는 디즈니가 이 구역에 대한 통제권을 디즈니에 장기간 부여하는 협정을 무효로 하는 소송을 이날 제9순회법원에 제기했다. CFTOD 위원회는 “현 위원회가 디즈니월드 인근 토지 관할권을 인수받기 전인 지난 3월 디즈니가 전 위원회와의 ‘밀실 거래’를 통해 부당하게 개발을 승인받았다”고 주장한다. 앞서 디즈니는 향후 30년간 올랜도 특별지구 일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게 하는 내용의 협정을 전 위원회와 체결했다.

이는 디즈니가 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일어났다. 디즈니는 지난달 26일 특별지구 감독위원회가 디즈니의 재산권을 빼앗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플로리다 북부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소송의 피고는 디샌티스 주지사와 감독위원회 위원 5명, 주 정부의 담당 관료들이다.

디즈니는 당시 소장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해 “정치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디즈니에 대한 주 정부 권력을 무기화하려는 끈질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캠페인이 이제 디즈니의 사업 운영을 위협하고, 이 지역의 미래 경제를 위태롭게 하며,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틴 가르시아 감독위원회 의장은 1일 회의에서 “디즈니가 우리를 고소했기 때문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디즈니월드 특별행정지구를 감독하는 CFTOD 위원회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임명한 이들로 구성돼 있다.

디즈니월드는 1967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세워진 후 특별행정 구역인 ‘리디 크릭 개선지구’로 지정돼 사실상 별도의 지자체처럼 취급됐다. 디즈니월드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수거와 하수처리 등 각종 공공서비스를 직접 운용해 왔다.

디즈니와 플로리다주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4월 플로리다주 의회가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에게 성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관한 교육을 전면 금지하는 ‘학부모 교육 권리법’을 통과시키면서다. 당시 디즈니월드 직원 7만5000명이 단체로 법안에 반발했다. 밥 체이펙 당시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플로리다주 정치인들에게 풀던 정치자금을 거둬들이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디즈니 지구에 부여해온 특별 세금 혜택 등을 박탈할 것을 주의회에 요청했고 혜택을 아예 철폐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디샌티스 주지사는 특별지구를 유지하는 대신 주 정부가 통제할 수 있도록 감독위원회 5명을 모두 주지사가 지명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디즈니는 이 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 디즈니가 올랜도 특별지구 일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한다는 협정을 당시 위원회와 체결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1일 기자회견에서 디즈니와의 소송에 대해 “한 기업이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를 부패시키고 자신의 영지로 운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디즈니는 주 유권자들에게 골칫거리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