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만에 ‘용산 어린이정원’으로…용산미군기지 개방

입력 2023-05-02 16:29
'용산 어린이정원'의 전망언덕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주한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용산공원 반환부지 일부가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재탄생해 오는 4일 개방된다.

대통령실은 용산 미군기지 반환 완료 후 추진 예정인 약 9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 정식 조성에 앞서 대통령실 청사 앞부분 반환부지 약 30만㎡(9만 평)를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공개한다고 2일 밝혔다.

용산 미군기지는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일본군이 주둔했고, 광복 이후 지금까지 미군기지로 활용되며 약 120년 동안 일반에 개방된 적 없는 ‘금단의 땅’이었다.

그동안 일부 시범 공개된 적은 있었지만 상시 개방은 처음이다. 정부는 미래 주역인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용산 어린이정원’을 가장 먼저 공개하기로 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주요 시설 안내. 대통령실 제공

용산 어린이정원은 장군 숙소와 잔디마당, 전망언덕, 동쪽 스포츠필드로 구성됐다. 기존의 미군기지 특색을 최대한 살리면서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다양한 여가 공간을 추가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용산어린이공원'의 장군숙소 도로. 대통령실 제공

먼저 장군 숙소 지역은 미군 장교들이 거주했던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을 문화·휴식·편의 공간 등으로 리모델링했다. 건물의 외관과 거리·마당 등 외부 공간을 그대로 유지해 마치 미국 소도시에 온 것 같은 이국적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신용산역 1번 출구 인근에 있는 서쪽 주 출입구는 일본이 한반도 침략 및 병참 기지화를 위해 설치한 ‘한국주차군사령부’ 정문이었다. 또 광복 이후엔 미7사단 사령부 정문, 사우스포스트에 위치한 벙커 및 121병원 출입구 등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용산 어린이정원'의 기록관인 '수 하우스'의 내부. 연합뉴스

1967년부터 3년간 용산기지에 살았던 수 코스너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미군 가족의 집을 재현한 ‘수 하우스’와 한국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미8군 클럽 이야기 등을 소개한 ‘기지 이야기’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잔디마당 지역은 과거 4곳의 미군 야구장을 정비한 공간이다. 서울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2만 평 규모의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의 전망언덕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대통령실 제공

전망언덕에서는 정원 전체는 물론, 남산과 용산 도심, 국립중앙박물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서는 대통령실 청사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앞서 용산 미군기지가 시범 개방될 때마다 환경단체들은 오염된 토양이 완전 정화되지 않은 상태라서 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된다고 지적해왔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정부가 환경 모니터링을 자세히 시행했고 정원 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3월 실내 5곳, 실외 6곳에 대해 공기 질 측정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주변 지역 4곳과도 비교 측정해 안전함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또 대통령실은 이번에 임시 개방된 전 지역에 걸쳐 15㎝ 이상 흙을 덮은 뒤 잔디 등을 심거나 식생 매트 설치, 유류 저장탱크 제거 등 기존 토양과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는 추가 안전 조치를 시행했다고 전했다.

서혜원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