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야산에 ‘천막 도박장’… 조폭 등 56명 검거

입력 2023-05-02 15:21 수정 2023-05-02 17:28
경찰이 '천막 도박장'을 급습해 검거하고 있는 모습. 충남경찰청 제공

충남지역 야산을 돌며 ‘천막 도박장’을 개설하고 억대 도박판을 벌인 일당과 도박 참가자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충남경찰청은 도박개장 및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도박장 운영자·참가자 등 56명을 검거하고 이중 조직폭력배 40대 A씨와 운영에 가담한 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씨 등 운영진 10명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충남 당진·예산·서산·아산 등에 있는 야산을 돌아다니며 도박장을 설치하고 수억원대 도박판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동네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총책과 모집책,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전국에서 손님을 모집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박장 개설 장소는 심야시간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선택했다. 넓은 공터가 있는 산을 10곳정도 미리 선택한 뒤 매일 다른 장소를 돌아다니며 판을 벌였다.

모집책들은 미리 확보한 연락처를 이용해 중간 집결지인 ‘탈수장’으로 참가자들을 모았다. 이들은 집결지에 모인 사람들이 도박장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이었는지 간단한 면접까지 봤던 것으로 조사됐다.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만 이들 일당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도박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충남지역 야산에 설치된 천막 도박장. 충남경찰청 제공

주요 게임은 시간당 20~25판을 할 수 있는 ‘도리짓고땡’이라는 화투 도박이었다. 도박 1판에 200만원에서 최대 수천만원까지 판돈이 오갔는데, 이들 일당은 판돈의 10%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월 “아내가 도박을 하는 것 같다”는 한 참가자 남편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2개월간의 수사 끝에 경찰기동대 등 경력 70명을 투입, 현장을 급습해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도박 참가자 50명중 33명은 40~50대 중년 여성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42명은 도박 전과자였을 정도로 재범률도 높았다.

경찰은 도박판과 조직폭력배와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한편 현장에서 달아난 운영진 4명의 신원을 특정하고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김경환 충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은 “도박은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범죄인 만큼 각별한 유의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