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 데드라인 6월 1일…“세수 부족으로 앞당겨져”

입력 2023-05-02 08:40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발생 데드라인을 6월 1일로 제시했다. 미 의회가 한 달 내 부채 한도를 높이기 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수 확보가 예상보다 줄면서 자금 고갈 시점이 빨라졌다.

옐런 장관은 1일(현지시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6월 초에는 모든 정부 지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최선의 추정”이라며 “아마도 6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현재 전망치를 고려할 때 의회가 가능한 한 빨리 행동해 부채 상한을 연장하거나 올리는 조처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통해 정부 지급에 대한 장기적 확실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옐런 장관은 “(디폴트가 발생하면) 미국 가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우리의 글로벌 리더십을 손상한다”며 “국가 안보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이 제시한 디폴트 시한은 전문가 전망(오는 7월)보다 한 달가량 이르다.

초당파 기구인 미 의회예산국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4월 처리된 세수가 예상보다 적었다. 재무부 특별 조치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소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6월 초 자금이 고갈될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의회예산국은 이전 보고서에 디폴트 발생 시한을 오는 9월쯤으로 예상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관리들도 디폴트 가능 날짜가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는 잠재적 위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올리고 대신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한 상태여서 법안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공화당 조치에 대해 “무모한 인질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디폴트 발생 시한이 당겨진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쿼드 정상회담 참석차 해외 순방에 나서야 해 협상 시한이 촉박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매카시 의장 등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와 통화하고 오는 9일 부채한도 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 상한은 31조4000억 달러다. 미국은 지난 1월 정부 총부채가 한도 상한에 육박하자 경제적 타격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해 왔다. 1960년 이후 의회가 부채 한도를 높이거나 연장하기 위해 78차례나 개입했을 정도로 일상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공화당은 지출 삭감을 위한 ‘벼랑 끝 전술’을 펼쳐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실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1년에도 여야가 부채한도 상한을 놓고 대치하자 신용평가사 S&P는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미국의 부채한도 대치 상황을 지적하며 “지속적인 장애가 또다시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