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 사상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는 미국 정부 분석이 나왔다. 이중 절반이 최근 5개월간 발생했다. 상당수가 충분한 훈련 없이 바그너 그룹에 배속돼 전투에 투입된 죄수들인 것으로 추정됐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지난해 1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사상한 러시아군은 10만 명가량이며, 이 가운데 2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사상자) 거의 절반이 바그너 그룹 군인”이라며 “이들 대다수는 충분한 훈련 없이 바흐무트 전투에 투입된 죄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전략적 가치가 제한적인 한 개의 우크라이나 도시에 초점을 계속 맞췄다”며 “결론은 러시아의 공격 시도가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지난해 11월 연설에서 “전쟁 시작 이후 8개월간 죽거나 다친 러시아군이 10만 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러시아군 사상자가 20만 명을 넘어선 셈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조기 점령 목표에 실패했고, 이후 동부 돈바스 장악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바흐무트 점령에 집중해 왔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전황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전술적 가치가 크지 않은 바흐무트 점령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는 바흐무트를 포기하라는 서방 설득을 거부하고 사수 의지를 내세우며 항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사상자에 대해선 밝히지 않는다. 공개할지는 우크라이나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유출된 국방부 기밀 문건에는 지난 2월 현재 러시아가 18만9500명~22만3000명 정도의 사상자를 냈고, 이중 최대 4만3000명이 사망자라는 추정치가 담겼다. 문건은 우크라이나 사상자가 12만4500명~13만1000명이고 사망자는 최대 1만7500명이라고 추정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크라이나가 밝혀온 춘계 대반격 시기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내릴 결정”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통보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매일 소통하고 있어서 대개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투 상황에 대한)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봄에 수행하길 원하는 공격 작전과 관련해서 우크라이나가 요청한 것의 거의 100%를 (미국이)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