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애들 10명 중 1명 뽕합니다” 시의원 발언 뭇매

입력 2023-05-02 06:25 수정 2023-05-02 09:54
지난달 20일 양태석 거제시의원이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발언하는 장면. KBS 보도화면 캡처

한 시의원이 시 의회 공식 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 혐오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는 양태석 국민의힘 소속 경남 거제시의원이다. 양 의원은 지난달 20일 거제시의회 경제관광위원회가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달 20일 양태석 거제시의원이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발언하는 장면. KBS 보도화면 캡처

양 의원은 해당 조례안 신설에 반대하며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 가서 일하면 그 나라에서 외국인 조례를 만들어줍니까”라며 “왜 우리는 이거를 굳이 해줘야 되냐 이 말입니다”라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외국 사람들은, 특히 베트남 애들, 이런 애들은 관리가 안 된답니다. 경찰들도 손을 놓고 있어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베트남 애들 10명 중의 1명은 뽕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외국인노동자를 지원한다고 그러면 나는 이거는 옳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0일 양태석 거제시의원이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발언하는 장면. KBS 보도화면 캡처

또 양 의원은 “우리(거제시)가 앞으로 관광으로 갈 거 아닙니까. 그런데 걔들(외국인)이 4~5명씩 모여 다니면서 침 뱉고 슬리퍼 끌고 시내 다니면 우리 관광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거제시 조선지원과장은 이에 대해 “그러니까 더욱더 이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결국 그 빈자리(내국인)는 외국인노동자가 들어와 있어야 되는데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의미로 받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양 의원은 자신의 과거 베트남에서의 근무 경험을 언급하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양 의원은 “제가 베트남에서 4년 동안 근무를 해봤다. 이거는 경험담”이라며 “제가 현지 4년 동안 근무를 해봤는데 사실 생각하는 것보다 능률이 안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외국인이 들어와서 조선소에서 일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양 의원은 이 과정에서 “게으르고 한데 물론 와서 잘할 수는 있겠죠. 교육을 해서 할 수는 있는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게으르다’는 편견을 갖고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당 조례안은 상임위 심사에서 보류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양 의원의 발언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1일 성명서를 통해 “해당 시의원의 막말은 국제사회와 우리 사회가 기울여온 기본적 다양성과 인권 존중의 노력을 정면으로 뒤엎는 지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수많은 경남지역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참담함을 주고 자존감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대시민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경남도당도 논평을 통해 “같은 당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이태원 참사 혐오 발언에 이어 이번에는 양 의원이 외국인노동자 혐오 발언을 했다”며 “‘자기들끼리 노조를 만들어서 일 안 할 수도 있다’는 등 노조 혐오까지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과 지역 정치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국힘 공직자들의 막말과 혐오 발언은 국힘 내에서 어떤 생각을 공유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며 “스스로 차별행위를 시정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