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월가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했지만, 지역은행 도미노 파산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1분기 보고서에서 예금유출과 실적 하락을 보고한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주가 내림세가 나타나며 위기 전이 우려를 키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이 은행 시스템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24개 지역은행 주가를 추적하는 KBW 나스닥 은행 지수 전 거래일보다 1.78% 하락한 79.83으로 장을 마감했다. SPDR S&P 지역 은행 ETF도 2.79% 하락했다. 두 지수의 연초 대비 하락 폭은 각각 21%, 26%를 웃돈다.
다른 지역은행도 불안감이 확산했다. 최근 극심한 침체를 보이는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높은 밸리내셔널뱅코프 주가는 19.72% 폭락했다. 이 은행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조달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1분기 실적발표에서 순손실과 예금 감소를 보고한 팩웨스트뱅코프 주가도 이날 10.64% 급락했다. 트루이스트 파이낸셜(-3.22%),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1.83%), 노던 트러스트(-1.45%) 등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JP모건 주가는 2.13% 상승했지만, 입찰 경쟁에서 떨어진 PNC 파이낸셜 서비스그룹,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 주가는 각각 6.33%, 6.85% 폭락했다.
뉴욕타임스(NYT) 경제 칼럼니스트 피터 코이도 “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지역 은행에서 여전히 예금이 유출되고 있고, 연준은 금리를 인상해 은행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다른 은행들의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도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쳐은행 파산 이후 예금자들이 지역은행을 떠나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다른 중형은행을 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은행의 도미노 위기는 경제에도 즉각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편집위원회는 ‘미국 은행 혼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위기는 2008년 금융 붕괴만큼 급격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은 대출받기가 더 어렵다”며 신용 경색에 따른 경제 충격 가능성을 지적했다. WP는 “이것은 천천히 움직이는 위기”라며 “거의 확실히 더 많은 추락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것(퍼스트리퍼블릭 인수)으로 거의 모든 것은 해결됐다. 은행 파산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미국 은행 시스템은 매우 건전하고, 지금 위기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다이먼 CEO는 그러나 “앞으로 경기 침체나 금리 상승 등이 발생하면 시스템에 또 다른 균열이 발생할 수 있고, 은행 스트레스로 대출이 일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 포인트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한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밀컨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오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7%로 예상한다. 내년까지도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당히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지점에서 금리를 엄격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