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대통령실을 언급한 녹취 파일이 보도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내용인데, 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MBC는 1일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을 대상으로 발언한 녹취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발언 시기는 전당대회 다음 날인 3월 9일이다.
해당 녹취 파일에서 태 최고위원은 “오늘 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 돼!’ 바로 이진복 수석이 이야기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식을 두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게 일던 시기였는데, 대통령실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주지 않는다는 질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공천’ 문제도 거론됐다. 녹취 파일에서 태 최고위원은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말했다. 이어 태 최고위원은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이진복 수석이 나한테 좀 그렇게 약간…다 걱정하는 게 그거잖아. 강남 갑 가서 재선이냐 오늘도 내가 그거 이진복 수석한테 강남 갑 재선되느냐 안 되느냐”라고 말했다.
해당 녹취 파일이 보도되자 태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과장 섞인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 정무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녹취에 나온 제 발언은 전당 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 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 사이의 지극히 공무상 비밀인 회의 내용이 불순한 목적으로 유출되고, 언론에 보도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도 언론을 통해 “태 최고위원에게 공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며 “태 최고위원 본인이 말을 과장했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믿기 어렵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닌가”라며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