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가수 임창정이 투자자들 앞에 서서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를 ‘종교’라 칭하며 신뢰를 표한 모습이 공개됐다.
1일 JTBC 뉴스룸이 보도한 영상에서 임창정은 청중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고 라 대표를 두고 “(나는) 근데 또 저 XX한테 돈을 맡겨. 아주 종교야”라며 “너 잘하고 있어. 왜냐면 내 돈을 가져간 저 저 XX 대단한 거야. 맞아요, 안 맞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청중 사이에서는 “할렐루야, 믿습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해당 영상은 이번 사태와 연루된 골프회사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투자자 모임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임창정은 또 라 대표를 향해 “너 다음 달 말까지, 한 달 딱 줄 거야. 수익률 원하는 만큼 안 주면 내가 다 이거 해산시킬 거야. XXX들아. 맞아요, 안 맞아요?”라고 말했다. 호응이 터져 나오자 임창정은 “위대하라! 종교가 이렇게 탄생하는 거예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앞서 임창정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으나 영상에 담긴 발언을 보면 임창정 본인도 다른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가수 박혜경도 참석했다. 영상에서 박혜경은 임창정과 라 전 대표를 번갈아 보며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노래도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혜경은 지난달 2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도 피해자이며 새 소속사와 전속계약 체결 조건이 계약금 1억원을 회사에 맡기는 것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투자자 행사 참여와 관련해 박혜경은 “소속사를 옮기면서 그 조건으로 해당 모임에 참석했다”고 JTBC에 밝혔다.
임창정은 단순 투자를 넘어 주가조작단과 함께 사업을 벌인 정황도 포착됐다. 임창정이 라 대표와 함께 투자해 세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등기부등본에는 임창정 아내 서하얀씨와 주가조작단 관계자들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임창정이 이들에게 수수료 지급 방식을 직접 제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주가조작단 한 핵심 관계자는 “임창정이 직접 와서 소속 연예인 출연료로 정산하면 추후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어 저작인접권 등으로 정산받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임창정 측은 “당시 모임 분위기를 위해 일부 오해될 만한 발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투자를 부추기진 않았다”며 “수수료 정산을 제안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매체에 해명했다. 임창정은 “주가조작 일당에게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은 다 잃고) 빚 60억원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