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 광장에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 719마리와 보호자들이 야광 조끼를 입고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다름 아닌 ‘2023 서울 반려견 순찰대’ 발대식에 모인 어엿한 대원 강아지들이다.
반려견 순찰대는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의 위험 요소들을 순찰하는 대원들이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와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주민 참여형 정책 사업이다. 자원을 받는 것이지만, 아무나 반려견 순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모인 반려견들은 지난 22일과 23일 간단한 훈련 동작들을 평가하는 실기시험을 거쳐 서울시 자치구 25곳에서 최종 선발된 순찰대 ‘합격자’들이다.
이들은 앞으로 1년간 평소 산책하는 시간 동안 범죄나 생활 위험 요소를 살피고 신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날 발대식에 온 참가자들은 활동 선서식을 마친 뒤 각종 체험 부스에 참여하고, 순찰대원 기초 교육과 예행연습을 거쳐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준비를 했다.
활동 선서식에는 25개 구에서 선발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반려견들이 ‘순찰대원 대표’로 단상에 올랐다.
관악구 대표로 온 래브라도레트리버 마루(8)가 그중 하나다. 마루의 보호자 김모(32)씨는 “마루가 큰 개다 보니까 아무래도 (반려견 인식이 낮은) 나이 드신 분들의 안 좋은 시선이 느껴진다”며 “순찰대원을 하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형견인 검은색 진돗개 믹스견 웅이(1)를 기르는 임승우(22)씨도 비슷한 고민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웅이가 크고 까매서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활동으로 그 편견이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며 “큰 힘을 쓸 순 없어도 순찰견 활동을 하면서 시민의 안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려견 순찰대가 강동구에서 첫 시범사업에 나섰을 때부터 활동한 윤승혁(35)씨는 실제 순찰대 활동을 통해 반려견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자신이 키우는 밤이·베리(2) 두 마리 모두 순찰대원인 윤씨는 “처음에는 ‘이렇게 큰 검은 개들을 데리고 나오냐’고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인식 개선도 돼서 인사도 많이 해주시고, 이전에는 적대적이었던 분들도 수고 많이 한다고 격려해준다”고 전했다.
이날 참여한 반려견들은 주취자 신고, 신호등 고장 신고, 실종자 발견 신고 등 순찰대원으로 활동 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는 ‘모의 순찰 챌린지’를 통해 순찰대원 역할을 미리 체험했다.
반려견 모카와 라떼와 함께 챌린지에 참여한 임민진(38)씨는 “평소에도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주취자를 신고하곤 했었다”면서 “워낙 하던 일인 만큼 반려견 순찰대원으로 하게 되면 더 면밀하게 살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행사장에는 반려견을 위한 기초 미용 부스부터 캐리커처, 수제 간식 만들기 등 7개 부스도 열렸다. 곳곳이 인파로 붐비고,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인데도 ‘순찰대’ 모임답게 짓거나 소란을 피우는 반려견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몰린 캐리커처 부스에서 만난 이호철·김세인(38) 부부는 골든레트리버 누렁이(8)와 견우(7)와 함께 반려견 순찰대에 지원했다. 이들은 “캐리커처 활동이 너무 기대돼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앞으로 동네를 구석구석 돌면서 불편한 점들을 열심히 찾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