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정자 기증으로 전 세계에서 자녀 550여명을 갖게 된 네덜란드 남성에게 정자 추가 기증을 중단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29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에 따르면 조나단 제이콥 마이어(41)는 이날부터 정자를 기증할 경우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게 된다. 헤이그 출신 음악가인 그는 2017년 정자 기증을 통해 100여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만들어냈다고 고백하며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이를 인지한 네덜란드 당국은 조너선에게 더는 인공수정 클리닉에 정자를 기증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조너선은 해외, 온라인으로 시선을 돌려 기증 활동을 이어갔다. 네덜란드 법원에 따르면 조너선은 정자 기증을 처음 시작한 2007년 이래 550~600명의 아이를 출산하는데 정자를 댔다.
그중 100여명은 네덜란드 클리닉 기증으로, 나머지 수백명은 덴마크 클리닉 등을 경로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채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국가는 정자 기증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복형제자매가 본인들도 모르게 함께 아이를 갖게 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네덜란드의 관련 지침은 1인당 12개 가족 25명을 상한선으로 두고 있다.
네덜란드 재판부는 지난 28일 조너선의 추가 정자 기증을 금지하는 동시에 정자 기증을 목적으로 한 연락, 홍보, 단체 가입도 일절 금지했다.
재판부는 조너선이 과거 정자 기증 이력을 예비 부모들에게 알릴 때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부모는 자기 자녀가 수백만 명의 배다른 형제자매로 이뤄진 거대한 친족네트워크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마주했고, 이는 그들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네덜란드에서 정자 기증으로 논란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도 한 의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본인의 정자를 인공수정에 사용, 생물학적 자녀 49명을 출산하게 해 논란을 일으켰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