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야유회 복귀 중 추락→수술 후 사망… 대법 “보훈 대상 아냐”

입력 2023-04-30 13:13 수정 2023-04-30 13:19

야유회에 가서 음주 후 귀가 중 추락 사고를 당해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군인에 대법원이 보훈 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군인 직무수행과 직접 관계가 있는 활동 중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군인 A씨 유족이 경북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유족 비해당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보훈대상자가 맞다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육군 하사였던 A씨는 2003년 7월 소속 부대 중사 4명과 야유회를 가서 소주 6병을 나눠 마신 뒤 저녁 무렵 독신자 간부 숙소로 복귀했다. 출입문 열쇠를 갖고 있지 않았던 그는 옥상을 통해 4층 방으로 들어가려다 12m 아래로 추락했다. 두개골과 요추, 발목 골절상을 입어 응급실로 옮겨졌고, 이후 군 병원에서 발목 골절 치료를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8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 부정맥 증상과 심정지가 발생했고 응급 심폐소생술을 수차례 받았음에도 깨어나지 못하고 숨졌다.

유족은 2020년 6월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신청했으나, ‘망인 사망이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유족은 이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사망이 국가수호 등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은 “부상을 입은 군인이 전투력을 회복해 그 직무인 병역에 복귀할 목적으로 임하는 준비 행위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을 뒤집었다. 국가유공자로 볼 수는 없지만, 병역 복귀를 위한 준비 행위 중 사망했기에 보훈대상자는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군인이 군 병원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은 행위를 ‘직무수행과 관련된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보훈보상대상자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지게 된다”고 판시했다. 또 “직무수행은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수 있어야 하고, 막연히 전투력의 회복이나 병역 복귀라는 추상적 의무가 있다는 사정 만으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