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경 투쟁에 나선 배경에는 간호법 제정안 외에 의료법 개정안이 있다. ‘의사 면허 취소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범죄로 확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 다른 직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의사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과, 과잉 입법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교통사고, 경제범죄는 의사 업무와 무관… 과잉 입법”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 양측은 ‘행정 기본법’을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다. 현행 행정 기본법 제16조 2항에서는 자격 부여 등에 대한 결격 사유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결격 사유는 ▲규정의 필요성이 분명할 것 ▲필요한 항목만 최소한으로 규정할 것 ▲대상이 되는 자격, 신분, 영업 또는 사업 등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을 것 ▲유사한 다른 제도와 균형을 이룰 것 등의 조건이 명시돼있다.
이를 근거로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의사 단체 등은 ‘실질적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앞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행정 기본법에서는) 자격과 실질적 관련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의사면허 박탈과 관련해 일반 범죄 전과로 확대하는 것은 이 규정과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나 경제 범죄 등 모든 범죄로 확대해 면허를 제한하거나 취소하는 행위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는 취지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앞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도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범죄를 결격 사유로 추가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만,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고 해서 환자와 의료인 사이 신뢰 관계가 안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결격사유를 정할 때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자격 요건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한정토록 한 행정 기본법에 위배된다”며 “과잉 입법의 우려가 있고,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을 비롯한 단체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정하도록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사·공인회계사도 면허 취소… 형평성 맞춰야”
의료법 개정안을 주도한 야당은 다른 직종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변리사 등 다른 전문직종의 경우 ‘금고 이상의 모든 범죄’를 적용하는데, 의사만 예외 되는 건 ‘특혜’라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 토론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발생한 환자 성폭행 사건이나 불법 약물 투약 사망 사건 등을 예로 언급했다.
찬성 측에서도 ‘행정 기본법’을 언급하고 있다. ‘유사한 다른 제도와 균형을 이룰 것’의 조건을 근거로 직종 간 면허 취소 근거를 같게 둬야 한다는 것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료법개정안은 다른 법체계와 균형을 맞추는 것과 동시에 의료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사형, 징역형을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은 그 자체로 죄질이 중한 범죄를 의미하며, 유독 의사에게만 특혜를 부여할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행위 특성을 고려해, 의료사고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하면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반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헌법소원 청구할까
당장 의사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가할 경우 헌법소원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병원협회와 의협 뿐 아니라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대한치과병원협회 등 의사 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다. 다만 우선적으로는 간호사를 제외하고 다른 직역과 연대가 가능한 간호법 제정안 반대를 위해 투쟁 동력을 집중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