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에 쪼개진 의료계… 총파업 예고 속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까

입력 2023-04-30 10:36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앞에 마련된 천막 농성장에서 국회 본회의 간호법 통과 뒤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해 손팻말을 들고 앉아 있다. 연합뉴스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반발하며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보건복지의료연대가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총파업에 나설 경우 대규모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고, 국민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분 파업으로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장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둔 상태여서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외에는 단체 행동 동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면 파업 대신 부분 파업… 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두 법안 통과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단체 행동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투쟁 동력을 위해서는 총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현장 의료공백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부분 파업으로 선회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지난 28일 단식투쟁에 돌입하며 “(의료연대) 모든 단체장이 파업에 전격 찬성했고 적극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다만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서 파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전국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의료연대 소속 단체 회원들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의료 현장은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음 달 4일부터 지역이나 시간을 나눠 부분 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파업 시기와 방법은 다음달 2일쯤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이 회장은 “의협은 파업이 미치는 영향때문에 신중히 접근했지만, (간호법 제정으로)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약소 직역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파업을 결정했다”며 파업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마친 참석자들이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부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만약 의료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하게 되면 과거 의협이 집단 의료 거부를 했을때보다 파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의협은 2020년 의대 증원 요구와 공공의대 반대를 주장하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당시에는 전공의 70% 이상이 의료 거부에 동참하면서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시설에서의 혼란이 컸다. 이번 파업에는 의사 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 직역들이 대규모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응급의료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하는 대신 간호법 중재에 나섰던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법안 통과 이후 주말까지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의료 단체 파업·휴진 등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을 찾아 파업 자제를 요청했다. 조 장관은 “특히 응급실은 응급의료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여러 직역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더욱 중요하다”며 “간호법안의 국회 의결과 관계없이 보건의료인들이 협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까

의료연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단식 투쟁과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국무회의 의결만 남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다시 국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때 본회의 재표결은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 및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는 일반 법안 처리때보다 더 많은 찬성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앞서 지난 25일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를 요청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의료연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지켜본 뒤 총파업 일정과 방법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가 간단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제정을 찬성하는 대한간호협회(간협) 측의 요구도 크기 때문이다. 간협은 법안 의결 직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의식한 듯 “윤석열 대통령께 부탁드린다”며 “간호법 제정과 관련한 일부 갈등 세력의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간협은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언급했던 사안임을 강조하며 간호법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